그러면 그러는 거지

시 '아주 작은 감정'에 대하여

by박헤디

아주 작은 감정


나를 찌르는

아주 작은 것 하나


이미 여러 명의 거인과 싸운 몸인데

뒤늦게 찾아와 옷깃을 잡고 늘어진다


가만히 받아주다

손을 휘휘 저어 쫓아낸다


손짓 한 번에 신기루처럼 흩어지는 작은 감정은

내일도 모레도 찾아오겠지




어떤 걱정과 불안은 너무도 작고 연약해 비웃음 한 번이면 사라진다.


그동안 온라인카지노에서 나의 불안과 걱정에 대한 글을 여러 번 썼다.

너무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사실 불안과 걱정은 내 삶의 일부이기에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불안과 걱정이 사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상황들을 미리 머릿속으로 연습해 대비할 수 있고, 여행을 떠날 때 빼놓은 것 없이 완벽히 짐을 챙길 수 있다.


가끔 아주 작고 연약한 걱정과 불안이 날 찾아온다.


흰 반팔티에 떡볶이 국물이 튀면 어떡하지?

신발끈이 풀려 넘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과 불안이 날 찾아오면 반갑다.

마음이 크게 힘들지 않은 상태에만 이런 연약하고 작은 것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작고 연약해도 걱정과 불안은 여전히 걱정과 불안이기에 온전히 편안하진 않다.

그럴 때는 '그러면 그러는 거지.'라는 생각 한 번이면 쫓아낼 수 있다.


흰 반팔티에 떡볶이 국물이 튀면 튀는 거지.


신발끈이 풀려 넘어지면 넘어지는 거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조심할 순 있어도 벌어질 일은 벌어지기에 통제하기보다는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그러니 나는 바란다.

받아들일 수 있는 걱정과 불안이 찾아오길.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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