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하게 식고 수용되는 세월 속 부부의 온기와 성찰

현경미.「등의 방정식」(2024 경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by뜰에바다

현경미 작가의「등의 방정식」은 '등'이라는 신체적 매개와 수학적 단어인 '방정식'을 결합하여, 부부 사이의 다름과 인내, 시간에 따른 수용을 정갈하고 깊이 있게 포착해 낸 우수한 수필이다.


부부가 신혼 시절에는 같은 곳만 바라보느라 상대의 등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지만, 점차 부딪치며 등을 돌리는 날이 늘어난다. "맞다/틀리다"를 다투며 서로의 등에 힘을 빡 가하던 때의 팽팽함과 긴장감이 잘 묘사되어 있다.

말 한마디에 등골이 오싹해지는가 하면 행동 하나에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서로의 말과 행동에 지나치리만큼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렇게 그와 나의 등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좀 더 관대해지고 너그러워질 수도 있었을 텐데. 그와 나는 등을 굽힐 생각은 하지 않고 언제나 뻣뻣하게 서서 먼저 다가와 굽신거려 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좀 더 부드러운 내가 되어주기를, 나는 한없이 너그러운 그가 되어주기를 서로 바라고 바랐다.

화자의 마음은 둘레길에서 등이 둥글게 휘어진 채 서로를 보듬으며 천천히 걸어가는 노부부를 목격하는 장면이 전환점이 된다. 꼿꼿하던 마음에 힘이 빠지고, 둥글어져야 비로소 서로에게 나란히 기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느 사이엔가 달라진 풍경이다. 예전과는 달리 등의 높낮이가 달라도, 등을 돌려도, 아예 등이 보이지 않아도 불안할 것도 서운할 일도 아닌 요즘이다. 오랜 시간 쌓이고 쌓인 온갖 것들이 녹아내려 등과 등 사이를 메우는 듯 어떤 얄궂은 믿음이 다져지기라도 한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둘 사이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증명하기엔 난해하기만 한 방정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만 같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그와 나 사이 등의 방정식. 모든 부부 사이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천수만의 부부에게는 수천수만의 등의 방정식이 존재하겠기에 딱 꼬집어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분명 해답이 있을 터. 누구라도 명쾌한 해법 하나쯤 도출해 주었으면 좋겠다.

부부관계의 답은 상대를 억지로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스스로 힘을 빼는 일(포기와 수용)’임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화자는 새벽녘 잠결에 남편의 낯설고도 애처로운 등에 가만히 손을 얹으며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누운 채 등을 돌린다. 곯아떨어져 있는 그가, 그의 등이 낯설고도 애처롭다. 잠결인 척 등을 쓰다듬는다. 그를 안는다. 잠 속에서나마 힘을 뺀 우리는 비로소 접점에 다다르게 되려나. 그를 향해 등을 돌려 마주하는 일이 마치 지구를 돌아오기라도 한 듯 아득하게 느껴지는 이 새벽, 우리는 접점 어느 언저리쯤 와 있는 것일까. 순해진 남편의 등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서로에게 스며든 온기가 방을 채운다.


수필 '방정식'은 젊은 날에는 서로 다른 가치관과 고집이 부딪치며 아무리 풀어도 해가 나오지 않는 '난제'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이 부부관계를 정비례·반비례나 단순 함수로 풀리지 않는 고난도 방정식에 비유한다.

문체가 과장 없이 담담하며, 일상의 구체적 장면(침대 위, 둘레길 등)을 기하학적·수학적 개념과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지적 절제미가 있다. 거기에 부부관계에서의 다름에 대한 인정, 세월이 주어지는 힘 뺌의 지혜를 주제로서 확실하게 보여주며, 단순한 회한이나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아 성찰과 타자에 대한 연민으로 확장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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