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축하해. 그동안 애쓴 보람이 있네.”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친구가 잘되어서 기뻤다. 얼마나 애써왔는지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뒤, 나는 휴대폰을 다시 들었다. 조금 전 읽었던 소식을 한 번 더 읽었다. 처음에는 친구의 기쁜 소식이었던 것이, 두 번째 읽을 때는 내가 아직 이루지 못한 일처럼 보였다.
나는 그동안 뭘 했을까.
분명 나도 바쁘게 살았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으려고 했고, 맡은 일에는 바카라임을 다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누군가의 좋은 소식 앞에 서면 그 시간들이 갑자기 흐릿해졌다. 남에게는 보여줄 만한 결과가 있는데, 내게는 하루하루 버텨온 기억만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별문제 없던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 일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온 하루. 피곤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잘 보냈다고 생각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소식 하나를 들었을 뿐인데, 내 하루의 점수가 내려갔다.
축하하는 마음과 부러운 마음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진심으로 축하했다면 기쁘기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왜 친구의 기쁨을 끝까지 바라보지 못하고, 자꾸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걸까.
마음이 좁은 사람 같았다. 그런 나를 인정하기 싫어서 이번에는 친구와 나의 다른 점을 찾기 시작했다.
친구에게는 좋은 기회가 있었잖아. 나는 챙겨야 할 일이 더 많았고. 그래도 나만큼 꾸준히 애쓴 사람도 드물지.
그렇게 몇 가지 이유를 꺼내놓으니 잠깐 마음이 편해졌다. 내 삶에도 사정이 있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친구의 수고와 내가 모르던 시간을 너무 쉽게 지나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를 위로하면서, 슬쩍 친구의 성취를 줄이고 있었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일보다 더 인정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마음이었다. 나는 부족하다고 자주 말하면서도, 막상 다른 사람보다 뒤처진 것 같으면 견디기 힘들었다. 겸손하게 말하는 것과 마음속으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은 꽤 다른 일이었다.
어쩌면 내가 기다린 것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좋은 소식에는 사람들이 모였다. 축하가 이어지고, 그동안의 노력을 알아주는 말이 붙었다. 나는 그 장면이 부러웠던 것 같다.
나도 애썼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별일 없이 지나간 것처럼 보이는 내 시간에도 힘을 낸 날이 많았다고, 그만두고 싶다가도 다시 시작한 일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 말을 꺼낼 곳이 없어 혼자 삼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다시 대화창을 열었다. 내가 보낸 축하 아래로 고맙다는 답장이 와 있었다. 짧은 문장 끝에 붙은 웃는 표정을 한참 보았다.
친구는 지금 기쁠 것이다. 오늘만큼은 지난 수고를 떠올리며 마음 놓고 웃어도 좋을 것이다. 내가 부럽다는 이유로 그 기쁨이 작아질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내 마음을 억지로 지울 수는 없었다. 나는 부러웠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두 문장을 속으로 말하고 나니, 더는 내가 나은 점을 찾지 않아도 되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하던 일을 마저 했다. 마음이 금세 환해지지는 않았다. 그날 밤에도 그 소식이 몇 번 떠올랐다. 그래도 처음처럼 내 삶 전체를 되짚으며 점수를 매기지는 않으려고 했다.
오늘 내가 한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끝낸 일도 있었고, 끝내지 못한 일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건넨 다정한 말이 있었고, 피곤해서 무심하게 넘긴 순간도 있었다.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이 섞인, 내가 살아낸 하루였다.
축하한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부럽다는 마음도 진심이었다.
그날은 둘 중 하나를 거짓말로 만들지 않은 채 잠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