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밥을 안치러 나가다가
침침한 구석에서 사부작거리며
밤새도록 뜨개질하고 있는 시계를 본다.
우리 집에 온 지가 십수 년.
더께를 입고도 군말 없이 일만 한다.
바늘을 양손에 쥐고
타래에 돌돌 말아 놓은 시간을 이따금씩 잡아당기면서
고리 속으로 찔러 넣은 바늘에 시간을 걸어 올리며
살뜰히 코를 이어간다.
밤새 짜 놓은 목도리를 목에 두르면
찰랑거리는 은하수를 끼얹은 듯
덜 깬 잠이 달아나고 하루의 힘이 솟아난다.
그 솜씨는 섬세하고 정교해서
어느 장인과도 비할 바 없다.
줄을 팽팽히 걸거나 느슨히 잡는 일 없이
늘 고르게 힘을 주어 두께와 너비가 자로 잰듯하고
편물이 비단결처럼 차르르 흐른다.
밤이 눈꺼풀 위에 앉을 무렵에는
한나절 떠 놓은 담요가 잠자리에 개켜있다.
담요를 펼치면 그 속으로
노곤한 하루가 눈이 감긴 채 걸어 들어간다.
이토록 미쁜 그의 솜씨.
나의 하루는 그의 손에서 시작되고 그의 손에서 끝난다.
영상 매체에서 어느 작가가 한 이야기이다. 작가들은 자기를 소개할 때, 시인입니다, 소설가입니다, 라고 하지 않고 시 쓰는 사람입니다, 소설 쓰는 사람입니다. 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확실히 기억 나지는 않지만) 현재 작품을 쓰고 있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 것 같다.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작가는 글을 쓰는 일이 과거완료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늘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 같다.
공모전에 큰 상이라도 하나 당선되었으면, 신춘문예 당선으로 가문의 영광을 누려 보았으면, 나도 종종 이런 거대한 꿈을 꾸어보곤 하지만, 상을 받은 것은 과거의 자신이고 그것이 현재나 미래의 태도, 역량까지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02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김용희 씨는 당선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 과정을 통과하였다 하여 어제는 시인이 아니었다가 오늘은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시를 붙잡고 있다면 매 순간이 시인이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노력하겠다.
정말 큰 울림을 주는 소감이었고 시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말이 되었다.
글을 멀리 과거완료 상태로 보냈다가도 또 이렇게 현재 진행형으로 끌어당겨오게 되는 이유는 바로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 때문일 것이다.
※대문그림 - 화가 에바 알머슨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