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T주사 치료 7회 차:(수액)+도망치고 싶었던 날

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남긴 자리

by미리나


2026년 4월 30일 목요일


오늘은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컨디션이 안 좋을수록 가야 하는데 의사 선생님께 내 증상을 정확히 전하고 진료 과정을 따라가려면 생각보다 집중력이 필요하다. 기력이 바닥나면 “괜찮아요, 아니요, 네네”라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중요한 걸 흘려보낸다.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단어마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 모든 과정이 물속에서 종이접기를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모양은 잡히지 않고, 손끝에서 자꾸 풀린다. 그럴 때면 몸보다 먼저 내 언어가 아프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여쭤본 적도 있다. 그것도 까먹으면 다음 날 적어갔다. 병원에 가기 위해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은 제대로 아프고 제대로 고치기 위한 나만의 준비 운동이다.


아픔은 견디는 일이 아니라 감당할 힘을 요구했다.




오늘 원장님이 도수치료를 잠깐 해주셨다. 압통점을 누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치료하는 손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굳어 있던 근육이 풀리면서 몸이 ‘이제 좀 편하다’고 반응하는 게 느껴져 기능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손이 치유의 자극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몸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다.



목사님이 정수리에 손을 얹고 “지혜의 영을 부어주소서”라며 정성껏 안수기도를 해주시던 무게감을 기억한다.


그때 내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던 온기도 아마 오늘과 닮아 있었을 것이다.




동시에 요 며칠의 내가 번쩍 떠올랐다. 통증에 잠식돼 몸을 향해 내뱉던 밤들. 그랬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몸을 미워하고 있었다. 문득 미안해져, 속으로 젖어들듯 울었다.


이렇게 금방 풀려버릴 몸인데 왜 그렇게 날 선 마음으로 몰아붙였을까. 가시 돋친 마음까지 보듬어지면서 다시 ‘살고 싶다’는 의지가 올라왔다.


그날 밤의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고통은 어떤 날은 얹히듯 오고, 어떤 날은 온몸을 누르듯 내려온다. 그날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낼 만큼 나는 단단하지 않았다. 단단해질 틈도 없이 갑자기 내려앉았다.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다.


끝내버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잠시 자리를 비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연극의 막이 내려가기 전, 배우가 무대 뒤편으로 물러나 숨을 고르듯 나도 그렇게 몇 분, 몇 시간, 며칠이라도 사라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년 전의 나를 떠올리면 이 마음은 분명 다르다.



그때의 나는 ‘끝’을 상상했다. 더 이상 이어질 수 없는 시간, 되돌릴 수 없는 선택.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이 고통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언젠가는 물러난다는 것을 꼭 끌어안고 믿는다. 그리고 내가 다시 살아낼 사람이라는 것도.



“나는 다시 돌아올 거니까 지금만 잠깐만 나를 놓아달라.”
삶에게 건네는 간청이다.


고통은 사람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감각을 왜곡시킨다. 몇 시간도 몇 년처럼 늘어지고 몇 걸음도 끝없이 멀게 느껴진다.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해내고 있는데 자꾸만 ‘더’ 버티지 못하는 나를 탓하게 되는 못된 습관.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용기보다 쉼이다. 싸우지 않고 잠시 눈을 감고 길게 숨을 쉬는 것.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도망치지 않을게. 잠깐만 숨고 싶어.”


끝까지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 말을 가슴 깊이 삼켜 넣고 있었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원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말 아무 의미 없이 흘리듯 말한 적이 있다.


“원장님 죽음 뒤에 다른 세계가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그냥 지나갔다. 대화의 한 귀퉁이에 걸렸다가 금방 사라지는 말, 그 정도였다. 그런데 며칠 전, 원장님이 대뜸 물으셨다.


“요즘에도 그런 생각 드세요?”


나는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왜 그걸 기억하고 계시지,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지금 내가 어떻게 보이는 거지,
순식간에 말보다 생각이 먼저 꼬여버렸다. 그래서 급하게 덮어 말했다. “아뇨.”


웃음인지 변명인지 모를 말을 덧붙였다.


“그거 몇 년 전 그때요. 원장님, 이제 그런 생각이 들면 안 되죠.”


숨도 고르지 않고 말을 이어 붙였다. 틈을 주면 무언가 들킬 것처럼, “원장님이 치료를 얼마나 잘해주셨는데요.”


말은 나왔지만 마음은 그 자리에 없었다. 입만 혼자 서둘러 상황을 수습하는 기분이 참으로 이상했다. 원장님은 잠깐 나를 보셨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몸을 조금 더 세웠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급하게 부정했을까, 정말로 지금은 그런 생각이 없어서였을까,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말은 끝났는데 그날의 질문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안 되겠다, 좀 오래가네요.
오늘은 고용량 비타민을
맞아보세요.





주사 치료와 수액실에서 받은 고용량 비타민 덕분에, 진료실을 나설 때는 방전됐던 몸에 다시 전원이 들어온 느낌이었다. 덕분에 이어진 회의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당장 일을 완벽히 해내진 못해도, 준비는 해야 계속 살아갈 수 있으니까.



아, 살겠다 그래서 병원 국룰처럼 인증샷! 여긴 암환우분들이 많아서인지 라인 잡는 실력이 남다르다. 선생님들과의 호흡도 중요한 것 같다. 1층 로비며 진료 대기실에서 작년부터 몇 번이고 마주친 얼굴들. 어떤 어머님은 내게 또 왔냐며 인사가 오가지만 그 말속엔 서로 다 아는 사정이 묻어 있다.


10층 병동을 통째로 터서 수액실로 쓰는데 프라이빗하다




집에 와 잠들기 전, 나를 위해 직접 ‘치유의 손길’을 발휘해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장 따뜻한 내 손으로 다리를 만져주고 정성껏 찜질팩을 올렸다.


타인의 손은 그렇게 정성스러운데 나의 손은 왜 이토록 급하고 무심했을까. 남에게는 그렇게 기울이던 친절이 내 몸 앞에서는 왜 이렇게 쉽게 줄어들었는지 뒤늦은 반성을 한다.


나를 돌보는 일은 어떤 의식이 아니라 체온을 내 몸에 고스란히 나눠주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다시 배운다.

오늘 밤은 수액의 힘이 아니라 내 손바닥의 온기로 잠들어봐야겠다.




내가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건 몸의 통증이 너무 강렬해서, 의지의 괴리에서 오는 조급함 때문이었다. 건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클수록 회복이 더디게 느껴지는 고통은 배가된다.



늘 “천천히 괜찮아”라고 다독이면서도 흔들릴 때가 있다.
이번에는 그 감정이 세게 밀려와 당황스러웠다. 마음은 저만치 앞서 달려가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은데 현실의 몸은 따라오지 못한다.


거기서 느낀 조급함은 ‘내 노력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절망 섞인 무력감이었다.


무력감이 길어지다 보니 탈출구처럼 끝을 떠올리게 되었다.




통증이 심할 때마다 “이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영원성의 함정에 빠지곤 했다. 일을 이렇게 오래, 자주 쉬어본 적이 없어서 슬롯적 자아에 대한 불안도 함께 올라왔다. 돈을 버는 수단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이자,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역할.


그렇다면 지금 일하지 못하는 나는 가치가 없는가?
나는 평생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존재로 살아야 하는가?


이런 존재론적 질문이 통증과 함께 비수처럼 꽂혔다.
작년까지는 자주 쉬는 시간이 오히려 좋았고 그 덕에 치료도 잘 받아서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통증이 예상보다 강해지자, 이전에는 괜찮았던 감정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너는 치료받으면 금방 좋아지잖아.”
“잘해왔잖아. 아프면 안 돼. 무너지면 안 돼.”


이런 말들이 나를 은근히 눌렀던 것 같다.


통증은 지금 이 순간의 신호일뿐, 미래 전체가 될 수는 없다.







힘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통증이 몸 안에 고여 있을 때, 그 위로 감정이 더 깊게 내려앉는다. 나는 그것을 피하지 못한 채, 다른 이름을 붙인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고 내가 고른 것이라고. 완전히 떠밀린 것이 아니라 아직은 방향을 쥐고 있다고 믿기 위해서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믿음이 나를 조금이나마 덜 가라앉게 하고, 무너지는 속도도 늦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와 우울은 아무 모양도 없이 번져나간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것이라고 믿으면 감정은 잠시 멈춘다. 이름을 얻고, 경계를 갖는다.


나는 그 경계 안에 서서 아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치료 전 증상


꼬리뼈 및 하지 통증

특정 동작 시 찌릿하고 묵직한 통증 발생
평소 통증 약 5점, 3일에 한 번 정도 6~7점까지 상승
통증 증가 시 서혜부 통증도 함께 증가 (앞벅지가 아파서 아픈 건지 서혜부가 아픈 건지 모르지만 앞벅지 통증을 먼저 느꼈고 몸은 어쨌든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낌)



허벅지
앞벅지 압통점: 누르면 통증, 움직일 때 당기는 느낌

칼로 베는 듯함, 전기 오는 느낌

다리가 내 것이 아닌 듯한 이질감 있음

자세가 조금만 틀어져도 특정 부위를 과하게 사용


골반이 앞으로 쏠린 자세
복부 힘이 약해 앞벅지가 대신 버티는 느낌

무릎을 완전히 펴지 못하고 약간 굽힌 상태 유지하려고 노력 중


복부에 힘주는 것 의식적으로 시도 중
허벅지 앞쪽 스트레칭: 과거 매일 > 현재 주 3회
폼롤러 좋아하는데 현재 사용은 어려움



추가 증상
목, 어깨 통증 어제부터 약 4점
전반적인 피로감 있음
하지 부종은 이전보다 감소



대상포진 관련 상태
가려움 많이 호전됨
접촉 시 가려움은 있으나 감소
긁을 때 통증 감소
1~2회 긁으면 완화되는 정도


통증이 가장 심한 구간을 지나고 느낌이 뚜렷하게 바뀜

극심한 몸살 후 회복 단계와 비슷함




치료 후


통증이 가장 심한 구간을 지나고 느낌이 뚜렷하게 바뀜

극심한 몸살 후 연해지면서 회복 느낌


이후 변화된 통증

건드리면 올라오거나 옷이나 바람에도 신경 쓰임


몸 상태
근육이 축 늘어지고 탈진
죽을 것 같지는 않지만 예민함
지속적인 통증으로 신경이 과민해짐




치료 이후 경과


좋아진 듯하다가도 컨디션이 출렁임


내가 느낀 패턴
통증의 성질 변화는 늘 회복/ 타는 느낌인지, 찌릿함만 남았는지로 판단


심리 상태

예전에 나도 지금의 나도 그 감정은 ‘원래의 나’가 아니라고 느낌. 내가 당하지 않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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