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1985년 아프리카 사헬 메가 가뭄

20년간 진행된 가뭄으로 6,000만 명이 영향을 받았다

by이월

아라비아어로 가장자리 또는 해안을 의미하는 사헬(Sahel)은 북쪽의 사하라 사막과 남쪽의 열대 우림, 그리고 서쪽의 대서양부터 동쪽의 홍해와 인도양까지 이르는 거대한 띠 모양의 건조 및 반건조 지대입니다. 본래 사헬 지역은 북반구 여름철에 북상하는 열대 강우 시스템의 영향으로 짧지만 집중적인 우기가 발생합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초반, 상대적으로 풍부한 강우량 덕분에 유목민과 농경민이 어느 정도 번영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968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강우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로 20세기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장기 메가 가뭄이 발생했습니다.


20년간 진행된 가뭄은 사헬 지역 6천만 명(당시 기준) 인구의 생존 기반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사헬은 반건조 생태계로 수천 년간 소, 양, 염소, 낙타 등을 이끌고 물과 풀을 찾아 이동하는 유목민들의 생활 터전입니다. 그러나 1968년 시작된 가뭄이 197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면서 말리, 니제르, 차드 일대의 얕은 뿌리 식물과 관목들이 완전히 말라죽었고 차드 호수의 수면적은 정상 크기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먹이가 사라지자 가축들은 기아에 허덕이며 집단 폐사하기 시작했으며 마을에 널어놓은 빨래 등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정도로 극심한 생존 경쟁이 벌어졌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등의 자료에 따르면 1968~1974년의 1차 가뭄 기간 동안 모리타니, 말리, 니제르 등에서 전체 가축의 무려 3분의 1 이상이 아사하거나 질병으로 폐사했고 가축이 사라지자 유목민들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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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 동안 사헬 대부분의 지역에서 연평균 강우량이 1950년대 대비 30% 이상 급감했으며, 1901년부터 1990년까지의 장기 평균선 아래로 극단적인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이러한 가뭄으로 수자원 고갈과 초지 소멸 등의 여파는 농작물 수확량 감소와 가축의 집중 폐사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혹독한 기근과 전염병 창궐로 최대 100만 명 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생존자들 역시 삶의 터전을 잃고 대규모 기후 난민으로 전락했습니다. 사헬 메가 가뭄이 발생했을 당시, 국제슬롯와 주류 학계는 무분별한 토지 남용, 인구 증가, 유목민들의 과도한 방목, 삼림 벌채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관측 기술의 발전과 결합 대기-해양 기후 모델링이 발전한 1980년대 후반부터 연구한 결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전 지구적 대양의 해수면 온도(SST) 변화와 산업화된 북반구 국가들이 뿜어낸 막대한 양의 에어로졸 오염 물질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1968~1974년의 1차 위기 - 당시 사헬 국가들이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아무런 국가적 완충망이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했다. 그 결과 최대 1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아사하거나 극도의 영양실조 및 전염병으로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1983~1984년의 2차 위기 - 기상학적 강우량 수치 자체는 1970년대 초기보다 더 낮아 사상 최악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형성된 국제 구호망의 개입과 현지 주민들의 적응 및 생존 대처 메커니즘이 어느 정도 발달해 있었기 때문에 인구 대비 절대적인 사망률 자체는 1차 위기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통제될 수 있었다.
(단, 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로 범위를 넓히면 1983~1985년 기간에 12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광역적 비극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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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온도 변화와 열대 적도 수렴대(ITCZ)의 이동

사헬 강우량의 연간 변동성은 바다의 온도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강우 증가

1. 북반구에 위치한 대서양 바다가 예년보다 따뜻해지면 북반구는 더 뜨거워진다.

2. 적도 수렴대(비구름 띠)가 사하라 사막 방향인 북쪽으로 높이 끌려 올라다.

3. 이때 대서양의 덥고 습한 습기가 사헬 지대 깊숙이 공급되면서 풍부한 비가 내린다.

가뭄 유발

1. 반대로 인도양이나 남반구 바다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지구의 열적 중심이 남쪽으로 치우친다.

2. 비구름 띠는 북쪽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남쪽에 머무르게 된다.

3. 사헬 지대는 비구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건조한 사막 바람만 불어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게 된다.


위와 같은 영향으로 북반구의 여름(6월~9월) 동안 ITCZ는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북상하며 사헬 지역에 연간 강우량의 거의 전부를 쏟아붓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북반구의 대양(특히 북대서양)은 남반구의 대양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차가워지는 현상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는 사헬 상공에 머물러야 할 거대한 몬순 강우 벨트가 기니만 연안이나 적도 이남 지역으로 남하해 버렸음을 의미합니다.

인위적 에어로졸과 온실가스의 영향

20세기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발전소와 공장에서 배출된 막대한 양의 이산화황은 대기 중에서 황산염 에어로졸로 변환되었습니다. 이 미립자들이 대기 중에 떠다니며 강력한 거울 역할을 하여 유입되는 태양 복사 에너지를 우주 공간으로 반사시켜 지표면 도달 일사량을 급감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주요 에어로졸 배출원과 인접한 북대서양을 비롯한 북반구 해역이 열대 및 남반구 대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가워졌습니다. 사헬 가뭄의 원인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선진국들의 대기 오염 물질이 바람의 국경을 넘어 전 지구적 순환의 균형을 깨뜨린 것입니다.

실제로 1980년대 이후 서구 국가들이 강력한 대기 청정 정바카라(clean air policies)을 시행하여 황산염 에어로졸 배출량이 급감하자, 북반구의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며 열적 불균형이 일부 해소되었고, 사헬 지역의 강우량도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현상이 관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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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과학 담론의 패러다임 전환

사헬 가뭄을 둘러싼 학계와 국제슬롯의 논쟁은 기후 과학 발전사에 있어 가장 역동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사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원주민의 토지 남용을 탓하던 국지적 사막화 담론은 전 지구적 해양 강제력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습니다.

image.png담론 패러다임 지배 시기 주요 원인 및 물리적 메커니즘 원인 제공자 정바카라적 함의

1970년대 초반 1차 사헬 가뭄이 극에 달했을 때, 국제 슬롯는 이 재난을 인간 활동에 의한 불가역적인 사막화의 결과로 해석했습니다. 당시 지배적이었던 시각은 1975년 저명한 기상학자 줄 차니가 Science지에 발표한 생물지구물리학적 피드백이 힘을 얻었습니다.

차니 가설에 의하면 인구 증가로 식량 확보를 위한 유목민들의 과도한 방목과 경작지 확대로 삼림 벌채가 사헬의 토양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식생이 사라진 밝은 모래 토양은 알베도(Albedo, 태양 복사 반사율)를 증가시켰고 태양열이 우주로 반사되면서 토양이 냉각되었고 토양 냉각은 증발산 작용을 억제시켜 구름 생성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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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차니 가설은 여러 반론에 직면했습니다. 리플리(Ripley) 등은 NCAR GCM 분석을 통해, 알베도가 높아진 지역이 주변보다 차갑다는 차니의 전제와 달리 증발산을 통한 잠열 방출이 차단되기 때문에 지표면 온도는 오히려 주변보다 뜨거워진다고 반박했습니다.

그 예시로 멕시코 소노란 사막의 연구에서 토양의 훼손이 예상과는 반대의 열적, 기후적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이 증명되며 알베도 피드백 모델은 점차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위성 관측 데이터의 축적과 해양 데이터를 통합한 결합 기후 모델의 등장은 국지적인 사막화의 결과로 나타난 가뭄이 아니라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위성 데이터를 통해 대륙 규모에서 강우량이 회복될 때 사헬의 식생이 극도로 빠르게 확장되는 현상이 확인되면서, 자연 건조지대 생태계가 인간의 토지 이용만으로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다는 전제가 부정되었습니다. 2003년 지아니니(Giannini) 등의 연구에서 토지 피복이나 알베도 변화라는 변수를 완전히 제거하고, 오직 20세기의 관측된 글로벌 해수면 온도(SST) 변동 값만을 대기 일반순환모델에 주입했습니다.

놀랍게도 모델은 1950년대의 다우기와 1970~1980년대의 끔찍한 메가 가뭄이라는 사헬의 강우 패턴을 정확하게 복제해 냈습니다. 즉, 사헬 가뭄은 내부의 문제가 아닌 수천 킬로미터 밖의 대양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입증해 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