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중에 그 고급스러운 '모성'

우리 집에는 사람 꽃이 피고 있다

by현월안




딸이 산후조리원에서의 두 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딸의 품에는 세상에 나온 지 꼭 십오일 남짓 된 작은 생명이 안겨 있다. 시간으로 헤아리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사이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처음 세상에 나온 아기가 어느새 제법 아이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것이 신기했다. 조그맣던 얼굴에는 조금씩 표정이 들어 있고, 가느다란 팔다리에는 살아 있다는 기운이 차올랐다. 세상은 지금 우리 가족을 위하여 돌아가는 듯이 모든 것이 새롭다.



생명이 하나 태어났다는 것은 세상의 중심이 조금씩 이동하는 일이다. 사랑의 모양이 새롭게 태어나는 일이 기도한 것처럼. 우리 가족에게는 한 생명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한 여자가 엄마가 되어 가고, 한 남자가 아버지의 마음을 배워 가는 경이로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딸의 몸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열 달 동안 한 생명을 품고, 온몸으로 출산의 고통을 지나온 딸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여자가 감당해야 하는 수고와 고통은 정말 가볍지 않다. 그래서인지 딸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은 내게 유난히 뭉클하게 다가왔다. 한때는 내 품에서 자라던 아이가 이제 딸 품에서 한 생명을 받아 안고 있다.



딸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참 많지만, 엄마가 새 생명을 안고 있는 모습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으랴. 딸이 자신의 몸으로 낳은 생명을 두 팔로 감싸 안고 있는 모습. 그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과 경건함이 들어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 생명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굳이 말로 풀어내지 않아도 저절로 알 것 같은 풍경이다.



딸은 이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일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모든 것이 낯설었을 텐데, 이제는 아기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잘 살피고, 품에 안는 자세를 고쳐 주고, 기저귀를 갈아 주는 일도 제법 능숙하게 해낸다. 서툴게 시작한 손길에서 어느새 엄마의 모습이 생겨나고 있다. 그 곁에는 사위가 바라보고 있다. 사위는 딸과 아기를 번갈아 바라보며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벅차고 신기할까. 한때는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이제는 한 생명을 함께 지켜야 하는 부모가 되었다.



그 모습은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 우리 딸은 엄마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가 되는 일은 아름다운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나면 딸은 아기 곁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아기의 숨소리가 들리는 가까운 자리에서, 겨우 찾아온 쪽잠을 잔다. 밤에도 몇 번씩 일어나 젖을 먹여야 하니 잠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아기를 바라보는 눈에는 사랑이 가득하지만, 그 눈꺼풀 아래에는 피로가 쌓여 있다. 아기가 예뻐 어쩔 줄 몰라하다가도 잠이 모자라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런 모순을 온몸으로 살아 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너무 사랑해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너무 지쳐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싶은 마음. 아기의 작은 손짓 하나에도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하면서, 잠 못 드는 밤이 길어지고, 딸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



아기는 젖을 실컷 먹고 곤히 잠들었다가도 이내 무엇이 불편한지 칭얼거리곤 했다. 그러면 딸은 작은 소리에도 금세 반응했다. 조금 전까지 잠에 빠져 있던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재빨리 눈을 뜨고 아기를 살핀다. 기저귀를 갈아 주고, 몸을 편안하게 받쳐 주고, 그리고는 아기의 볼에 가만히 입을 맞춘다. 그리고 또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사랑해."라고. 아직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기에게 딸은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딸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천사의 모습이 있다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 아무런 조건 없이 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눈빛을 가졌기에.



딸은 아기가 예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한다. 아기가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도, 잠결에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도, 작은 손을 쥐었다 펴는 모습도 모두 신기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세상에 이토록 작은 존재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크게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신비롭다. 어느 철학자가 모성애를 인간의 감정 가운데 가장 최상의 감정이라고 말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딸의 모습을 보며 모성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는 새삼 알게 된다. 모성은 아주 신비한 감정이다. 아이의 울음에 귀를 기울이고, 작은 불편함을 알아차리고, 지친 몸으로도 다시 품을 내어 주고 모성은 경이롭고 신비롭다.



아기는 그저 숨을 쉬고, 먹고, 자고, 울고, 웃을 듯 말 듯 작은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도 가족들은 새 생명 아기의 표정 하나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저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기쁨을 준다. 이 세상에 태어나 숨 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다. 외손자가 우리 가족에게 온 뒤로 집 안에는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가족들은 모두 휴대전화에 담긴 아기 사진을 들여다본다. 딸이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보내면 아기의 표정 하나에도 웃음이 번졌다. 어떤 사진에서는 입술을 오물거리고, 어떤 사진에서는 두 눈을 꼭 감고, 또 어떤 사진에서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사진 속 아기는 매번 조금씩 다르고, 우리 가족은 그 작은 차이를 찾아내는 일만으로도 즐거워한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하루가 이제는 아기의 사진 몇 장으로 특별해졌다. 가족들이 나누는 대화에도 아기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아기가 오늘은 젖을 얼마나 먹었는지, 얼마나 잤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한 생명의 일상이 우리 가족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가족은 서로의 기쁨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작은 변화를 함께 지켜보며, 새 새명의 탄생을 모두의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외손자는 우리 가족에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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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가족에게는 날마다 자라는 작은 우주가 하나 생겼다. 아기의 얼굴에 나타나는 새로운 표정 하나가 우리 가족에게는 새로운 별의 탄생처럼 신비롭고, 아기의 작은 숨결 하나가 가족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우리 가족은 그 우주를 둘러싸고 서로 사랑을 보태며 살아갈 것이다. 외손자는 그렇게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 꽃을 피운다. 새 생명이 가져온 기쁨은 집 안 곳곳을 채우고 있다. 우리 집에는 사람 꽃이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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