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를 닮아가고 있을까
오래전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다시 펼쳤다. 사랑이야기로 읽혔던 바카라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소설은 기즈키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예고도 없이 친구를 떠나보낸 와타나베와 연인을 잃은 나오코는 같은 상실을 품고 살아간다. 둘은 서로를 통해 위로받고 싶어 하지만 상처는 사랑만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나오코는 결국 자신의 아픔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처음 바카라을 마주했을 때는 둘의 사랑이 안타까웠다. 이번에는 그들 곁에 있던 사람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미도리는 현실을 살아내는 사람이다. 아픈 아버지를 돌보고,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디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오늘이 힘들다고 내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삶은 언제나 현재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하고 씩씩하게 삶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는 미도리의 모습이 내 모습과 겹쳐졌다.
레이코는 많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다. 한때는 피아니스트를 꿈꾸었지만 삶은 다른 길로 데려갔다. 거짓과 오해로 마음의 병을 겪으며 요양원에서 지내지만, 자신의 상처를 원망으로 키우지 않는다. 기타를 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누군가의 슬픔을 조용히 품어 줄 줄 아는 마음이 깊고 따뜻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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