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기억하고, 오늘을 붙잡고, 내 삶을 사랑하는 일
산티아고를 다녀온 뒤에도 한동안 길은 내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문득문득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풍경이 떠올랐다. 걷는 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바카라 속 한 문장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짧은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을 눌렀다. 산티아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게 이 말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매일 아침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던 시간, 비를 맞으며 걸었던 길,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과 나누던 인사 '부엔 카미노', 이름도 모른 채 스쳐 지나간 인연들까지 소중했다.
그때는 그저 하루를 걸으며 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길은 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라고 말이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은 죽음을 두려워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언제가 끝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끝이 있기에 오늘은 더욱 소중해진다.
봄의 꽃이 아름다운 이유도, 가을의 단풍이 눈부신 이유도,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끝이 있다는 사실은 슬픔이 아니라, 오늘을 감사하며 깊게 살아가게 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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