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건네는 다정함에 대하여
카프네(Cafuné)
처음 이 단어를 만났을 때 뜻보다 발음이 좋았다. 몇 번 소리 내어 불러보니 입안에서 굴러가는 소리가 부드럽고 포근했다.
포르투갈어로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빗어 넘기는 행위를 뜻한다고 한다. 뜻을 알고 나니 단어가 더 좋아졌다.
힘내라는 말이나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보다 그저 곁에 앉아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손길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 종종 있으니까 말이다.
바카라을 덮고 나서야 알았다.
아베 아키고의 카프네에는 그런 손길을 닮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음식이 있었다. 이야기는 가오루코의 남동생 하루히코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죽음은 떠난 사람의 시간을 멈추게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까지 멈춰주지는 않는다. 아무리 슬픈 날에도 아침은 오고,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밥을 먹고 나면 다시 밤이 찾아온다.
그리움 한가운데에도 살아 있는 사람의 하루는 계속 이어진다. 상실 이후 가장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 어제처럼 일어나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야만 한다. 떠난 사람 없이도 세상은 여전히 흘러간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일이다.
세스미에게도 일찍부터 상실이 있었다. 엄마를 일찍 여의고 아빠와 둘이 살아가던 어느 날, 출장을 간다며 집을 나섰던 아빠의 인사가 마지막이 되었다, 돌아올 거라 믿었던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늘은 오겠지, 조금 늦는 것이겠지, 문밖에서 작은 소리라도 들릴 때면 혹시나 하고 귀를 기울였을 어린 세스미가 가여웠다.
기다린다는 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이면서 돌아올 사람의 자리를 남겨두는 일이기도 하다. 끝내 돌아오지 않은 아빠의 빈자리가 세스미 안에 오래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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