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빌려 쓴 이름

by송작가

화요일에는 장부가 없는 바카라상에 앉았다.

넓어진 자리에 서신 꾸러미를 놓으니 다시 좁아졌다. 숫자 대신 문장을 옮겼지만 한 줄을 빠뜨리지 않으려고 손가락으로 짚는 일은 같았다. 내가 필사하는 편지에는 물건을 받지 않았다는 고객과 보냈다는 회사의 말이 함께 있었다. 어느 쪽도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하웰은 오전 내내 말을 걸지 않았다.

그가 내게서 넘겨받은 장부를 여는 소리는 들렸다. 서랍이 잘 닫히지 않아 무릎으로 밀어넣는 것도 보았다. 장부를 넘겨받기 전에는 잘 닫히던 서랍이었다. 새로 놓인 물건들이 안쪽에서 서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열한 시가 조금 지나 지급 창구의 소년이 올라왔다.

“베일 씨가 오셨습니다.”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크로프트 씨의 방문은 닫혀 있었다.

“무슨 일이라고 하던가?”

하웰이 먼저 물었다.

소년은 받았다는 종이를 보러 왔다고 했다. 나는 담당 업무가 바뀌었다는 말을 하려다가, 베일이 나를 부른 이유부터 들어보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소년에게 내 바카라상에 둘 회신이 있으면 내려놓으라고 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베일은 창구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평소의 수령카드와 빈 봉투가 있었다.

“제가 여섯 실링을 받은 것으로 된 종이를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담당자는 이미 수령증 묶음을 꺼내놓고 있었다. 리드가 요청한 자료와 함께 정리하는 중이어서 찾기 어렵지는 않았다고 했다. 베일이 본인의 기록을 보는 것은 허락받았으나 원본은 가져갈 수 없었다.

“저는 지금 이 일을 맡지 않습니다.”

내가 담당자에게 말했다.

“그분이 읽는 것을 도와달라는 거야. 바카라을 가져가라는 게 아니고.”

그는 뒤쪽을 보았다. 크로프트 씨가 아래로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담당자가 뜻을 설명하자 크로프트 씨는 바카라상에서만 보고 필요한 내용은 베껴주라고 했다.

“지급을 중단하기 전까지 실제로 돈이 나간 것은 맞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리드가 쓰는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수령증을 베일 쪽으로 돌렸다. 열일곱이라는 번호와 여섯 실링이라는 금액, 아래쪽의 이름이 보였다.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반듯한 글씨였다.

베일은 자기 이름을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건 제가 쓴 게 아닙니다.”

담당자는 알고 있다고 했다.

“이름을 대신 적은 거지요. 카드로 받으신 것은 따로 확인되어 있습니다.”

“누가 대신 썼습니까?”

나는 그 질문을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 베일이 먼저 물었다.

담당자는 종이 뒤를 보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위에서 묶어 내려옵니다. 여기에서는 카드에 표시하고 돈을 내주지요.”

그는 한 사람의 이름을 대지 않았다. 내 시선은 수령증 아래의 반듯한 글씨로 돌아왔다.

허락된 범위에서 수령증의 날짜와 금액, 수령 확인란에 적힌 이름을 옮겼다. 베일의 카드에 있는 네 실링도 다른 줄에 적었다. 담당자에게 두 실링을 렌에게 별도로 주었는지 묻자 그는 그 전표는 다른 묶음에 있으며 수령인이 다르다고 답했다.

“그럼 이 사람 혼자 여섯 실링을 받았다는 뜻은 아니군요.”

“한 지급 항목으로 합쳐놓은 겁니다.”

나는 그 답도 그대로 적었다. 필사본 아래에는 원본을 열람해 내용을 옮겼으며 서명의 필적까지 복제한 것은 아니라고 표시했다. 베일은 읽어준 내용을 듣고 자기 봉투에 넣었다. 사본을 내가 함께 검토해도 되는지 물었을 때 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으로 돌아가기 전에 베일이 나를 불렀다.

“내 이름이면, 내 눈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그는 모자를 썼다. 나는 그가 나간 뒤에도 잠시 창구 앞에 서 있었다. 누가 이름을 썼느냐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

점심시간이 되자 하웰이 내 바카라상 앞에 섰다.

“같이 나가겠나?”

그는 빵 꾸러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펜촉을 닦고 일어났다.

우리는 사람이 많은 식당 대신 수프를 파는 작은 가게로 갔다. 하웰은 돈을 두 몫 내려고 했지만 나는 내 것을 먼저 냈다. 그가 동전을 거두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 하웰은 손을 무릎에 놓았다. 수프가 나왔는데도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베일의 수령증 말이네.”

그가 말했다.

나는 그를 보았다.

“아래에 있는 이름은 내가 썼어.”

가게 주인이 옆 탁자의 그릇을 포갰다. 깨진 그릇이 섞였는지 불규칙한 소리가 났다. 나는 그 소리가 멎을 때까지 기다렸다.

“지난주 것만입니까?”

“아니.”

“언제부터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송작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슬롯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사람.

20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9화제9화 값을 매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