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일어난 아침

아침을 위하여, 건배

by채율

오랜만에 잠을 푹 잤다. 눈을 뜨자마자 알 수 있었다. 머리가 맑았고 몸이 가벼웠다. 지난 2주 동안 아침마다 느꼈던 묵직한 피로감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평소에는 잠에서 깨어도 한동안 이불속에 누워 몸을 일으킬 마음을 먹어야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바닥이 카펫에 닿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다. 특별히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몸이 가뿐하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달라진다.


지난 2주 동안 일이 많았다. 새벽에 일어나 시작해도 한밤중이 되어서야 끝났다. 외출도 하지 못했고 글과 일에만 매달렸다. 그렇다 보니 식사 시간도 불규칙해졌고,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도 남아 있는 일 생각에 다음 날 아침에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다. 잠이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연락에 답하는 일도 귀찮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아도 시끄럽다고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침에 눈을 뜨는 일마저 부담스러웠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녁 여섯 시가 지나도록 환하던 거리가 이제는 금세 어두워진다. 창밖이 캄캄해진 것을 보고 늦은 밤인가 싶어 시계를 확인하면 아직 일곱 시도되지 않은 때가 있다. 외출할 때는 얇은 겉옷 하나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목덜미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가을이 깊어지는 동안 해는 조금씩 짧아지고, 몸은 달라진 기온에 적응하느라 바쁘다.


피로는 누적되는데 일이 많아질수록 쉬는 시간까지 줄였다. 바쁠수록 더 잘 먹고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해야 할 일이 쌓이니 잠자는 시간까지 아깝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는 걸 알면서도 바카라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힘을 좀 빼기로 했다. 일단 잠을 좀 자자는 생각에 어제 수면제를 반 알 먹었다. 저녁에는 일도 접었다. 끝내지 못한 일들이 있었지만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오늘, 몸이 먼저 달라졌다는 것을 알려 준다.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따라간다. 그동안 잠깐의 피로라고 생각해 너무 가볍게 여겼던 거다. 오늘 아침에는 쉬는 시간을 일과의 반대편에 놓지 않기로 했다.


얇은 외투를 입고 문을 여는데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는다. 밤사이 내려간 기온 탓인지 복도에도 서늘한 기운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발끝으로 신발의 앞코를 한 번씩 맞췄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가을 냄새가 난다. 마른 나뭇잎과 차가운 흙냄새가 섞여 있다.


나는 외투 깃을 여미고 걸음을 옮겼다. 상쾌하게 조금만 걷자.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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