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침이다

아침을 위하여, 건배

by채율

오늘 아침엔 다섯 시에 일어나 곧바로 바카라상 앞에 앉았다. 우선 글을 조금 쓰고 영상을 만들었다. 어제 끝내지 못한 문장을 다시 읽고, 영상에 들어갈 장면을 고르고, 화면에 맞춰 글자의 위치를 조정했다.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보며 장면이 바뀌는 속도를 확인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다시 고쳐야 했다. 그렇게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아홉 시가 되었다.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었다.


바카라상 위에는 메모지가 흐트러져 있었다. 한 장에는 영상에 꼭 들어갈 문구를 적어 두었고, 다른 종이들에도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 놓았다. 글을 쓰는 일과 영상을 만드는 일은 꽤 다르다. 글은 한 문장을 하루 종일 붙들고 있을 때가 많은데 영상은 눈으로 확인하면서 빠르게 고쳐 나간다. 그렇게 다른 일을 번갈아 하다 보면 머릿속이 난장판이다. 방금 전까지는 문장의 끝을 생각하다가 곧바로 화면 속 이야기를 살피면서 장면을 토막토막 이어 붙인다. 글을 고치려고 문서로 돌아왔다가 영상에서 수정하지 않은 부분이 불현듯 생각나면 다시 편집 화면을 열기도 한다. 그 속에서 나는 흐트러진 머릿속을 정돈하고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아홉 시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니 허리도 등도 뻐근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몰랐던 피로였다. 손목을 빙글빙글 몇 번 돌리고 어깨를 뒤로 젖혔다가 두 팔을 하늘로 뻗어 기지개를 켰다. 눈도 조금 뻑뻑해 몇 번을 감았다 뜬다. 어슬렁어슬렁 좀 걸어보기도 한다.


아침을 그렇게 다 써버렸구나. 생각했다. 누군가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시간이다. 시계는 모두에게 같은 시간을 알려주지만 그 안에 담긴 하루의 길이는 조금씩 다르다. 생각해 보면 아침이라는 시간에도 정해진 사용법은 없다.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눈을 뜨자마자 나처럼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아침이 늘 고요하거나 느긋할 수는 없다.


나는 이른 시간을 좋아한다. 마음먹은 시간에 일어나지 못할 때도 간혹 있지만 새벽부터 움직이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 같은 그 분주함이 좋다. 일을 마친 뒤에 찾아오는 기분도 좋다. 아침을 다 써버린 듯 느껴지지만 아직 오전이 세 시간이나 남아 있다.


이제 아보카도를 썰어 구운 빵에 올리고 커피를 내려 식사를 조금 해야겠다. 그리고 외투를 집어 들고 잠깐 밖에 나가 걷고 싶다. 급한 일을 끝냈고 글도 썼으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아직 아침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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