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 온라인 게임인 경청하는 법

대답하기 전 1~3초, 상대의 말을 제 말로 다시 해 봅니다

by김도경 dkkim

안녕하세요, 김도경입니다.
퇴근길은 편안하셨나요? 월요일 저녁은 몸보다 머리가 더 무거운 것 같습니다.


저는 질문을 받으면 바로 대답하지 않고 1~3초쯤 있다가 말을 꺼내는 버릇이 있습니다. 일부러 느리게 하려는 건 아닌데, 신중하게 대답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글을 쓸 때 줄임표를 자주 쓰는 것도 비슷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답답해 보일까 봐 걱정했는데, 일을 하면서 보니 이 짧은 틈이 대화를 꽤 많이 바꿔 놓았습니다. 오늘은 그 틈에서 시작된 '경청'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경청이라고 하면 보통 "잘 들어 주는 것" 정도로 생각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맞추고, 중간에 말을 끊지 않는 것.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래도록 이걸 다 하면서도 잘 듣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상대가 말하는 동안 고개는 끄덕이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는 다음에 할 말을 고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준비한 말을 꺼내는 건 듣는다기보다 제 차례를 기다리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평가하지 않고 일단 받기


잘 듣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상대의 말을 듣자마자 맞다, 틀리다를 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단 있는 그대로 받습니다. 이럴 때 자주 쓰는 말이 있는데,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1) "그렇군요."
2)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3) "그때 어떤 상황이셨어요?"


이 말들의 공통점은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대는 제 의견을 듣고 싶어서 말을 꺼낸 게 아닐 때가 많습니다. 자기 이야기가 안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더 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예전에 누가 고민을 꺼내면 바로 해결바카라부터 내밀었습니다. "그건 이렇게 하면 되잖아요" 하고요. 상대는 해결바카라보다 그냥 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건데 말이죠. 그 뒤로는 의견을 말하고 싶을 때 한 번 참고, "그렇군요"로 먼저 받으려고 합니다.


대화 중에 침묵이 생기는 것도 이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몇 초만 조용해져도 어색해서 아무 말이나 꺼냈는데, 지금은 그 침묵을 상대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둡니다. 한 번 조용해진 뒤에 나오는 말이 그날 가장 솔직한 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들은 말을 내 말로 바꿔서 돌려주기


경청에서 제가 가장 도움을 받은 건 '바꿔 말하기'입니다. 상대가 한 말을 제 말로 바꿔서 다시 돌려주는 것인데, 바카라을 읽다가 메모해 둔 표현을 빌리면 맞장구를 한 단계 끌어올린 기술입니다. "아, 그러니까 일정이 문제라기보다 중간에 확인받을 사람이 없어서 불안하셨던 거네요" 같은 식입니다.


이렇게 바꿔 말하면 두 가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제대로 들었는지입니다. 바꿔 말한 내용이 틀리면 상대가 바로 "아니요, 그게 아니라" 하고 고쳐 줍니다. 그 자리에서 고쳐지니 나중에 엉뚱한 일을 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상대가 '이 사람이 내 말을 진짜 들었구나'를 느낀다는 점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건 흉내 낼 수 있지만, 내 말을 정확하게 다시 말해 주는 건 들은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질문받고 1~3초 쉬는 버릇도 결국 여기에 쓰입니다. 그 짧은 틈에 상대가 한 말을 머릿속으로 한 번 바꿔 말해 봅니다. 그러면 질문의 진짜 뜻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거 언제까지 돼요?"라는 질문이 사실은 "다음 주 보고에 넣어도 되나요?"라는 뜻이었던 것처럼요. 바로 대답했다면 날짜만 말하고 끝났을 텐데, 한 번 바꿔 보고 나면 "다음 주 보고에 넣으시려면 목요일까지 드릴게요"처럼 상대가 정말 궁금했던 데까지 답할 수 있었습니다.


더 깊이 듣고 싶을 때 쓰는 질문 순서


가끔은 상대의 이야기를 더 깊이 들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함께 일할 사람의 생각을 알아야 하거나, 어떤 일이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해야 할 때입니다. 그럴 때 저는 질문을 이 순서로 던집니다.


1) 과거의 행동: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어떻게 하셨어요?"
2) 그때의 상황: "그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어요?"
3) 그 상황에서 한 일: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4) 그 결과: "그렇게 하고 나서 뭐가 달라졌어요?"
5) 다음에 대한 생각: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실 것 같으세요?"


이 순서대로 물으면 상대가 말을 이어 가기가 훨씬 편해집니다. 생각을 바로 묻지 않고 있었던 일부터 물으니 대답하기 쉽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일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저는 이 질문 순서를 쓰면서 오히려 제가 말하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질문 다섯 개면 대화의 대부분을 상대가 채워 줍니다.


잘 듣는다는 건 결국 상대에게 흥미를 갖는 일이었습니다. 다음에 할 말을 고르는 대신 지금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에 관심을 두면, 고개는 저절로 끄덕여지고 질문도 저절로 나옵니다. 그리고 이건 한 번 익혔다고 끝나는 일도 아니더라구요. '이제 좀 잘 듣는 것 같다' 싶을 때가 가장 위험해서, 그럴 때 다시 남의 말을 끊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내일 출근하면 첫 대화에서 한 번만 해 보려고 합니다. 대답하기 전에 1~3초 쉬고, 상대의 말을 제 말로 한 번 바꿔서 돌려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대화가 조금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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