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 온라인 게임에서 칭찬 잘하는 법

잘했다는 말 대신, 어디가 왜 좋았는지를 말합니다

by김도경 dkkim

안녕하세요 (꾸벅)
월요일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한 주의 첫날이라 오전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오늘은 '칭찬'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칭찬은 생각보다 자주 오갑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역시 잘하시네요", "덕분에 잘 끝났습니다" 같은 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또 합니다. 그런데 그 많은 칭찬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손에 꼽힙니다. 저는 그게 늘 궁금했습니다. 똑같이 좋은 말인데 어떤 칭찬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어떤 칭찬은 듣는 순간 흘러가 버릴까.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칭찬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한 일 중에서 '어디가' 좋았는지를 짚어 준 말이었다는 점입니다. 잘했다는 말은 듣는 순간엔 좋은데, 다음에 무엇을 계속하면 되는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첫 장에 결론을 먼저 써 주셔서 회의가 빨리 끝났어요" 같은 말은 일주일이 지나도 머리에 남아 있었고, 다음 자료를 만들 때 저도 모르게 첫 장부터 다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칭찬을 짧게 끝내는 편이었습니다. 동료가 자료를 보내 주면 "감사합니다, 좋네요" 한 줄을 붙여서 답장을 보냈습니다. 바쁜 날일수록 더 짧아졌습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좋았던 건지 그냥 하는 인사인지 구분이 안 됐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칭찬을 할 때 한 문장을 더 붙이려고 합니다. 무엇이 좋았는지, 그게 왜 좋았는지를 같이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1) "좋네요" 대신 "표를 날짜순으로 정리해 주셔서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바로 보였어요."
2) "고생하셨어요" 대신 "어제 늦게까지 숫자를 다시 맞춰 주셔서 오늘 회의에서 질문이 하나도 안 나왔습니다."
3) "역시 잘하시네요" 대신 "고객이 물어볼 만한 걸 미리 한 장으로 뽑아 두신 덕분에 제가 대답하기가 훨씬 편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두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우선 칭찬을 듣는 사람이 그 행동을 다음에도 합니다. 무엇이 좋았는지 들었으니까 다음에도 날짜순으로 정리하고, 질문을 미리 뽑아 둡니다. 그리고 칭찬하는 저도 상대의 일을 더 꼼꼼히 보게 됩니다. 어디가 좋았는지 말하려면 자료를 끝까지 읽어야 하니까요. 칭찬을 구체적으로 하려다 보니 오히려 남의 일을 제대로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피드백을 할 때도 저는 잘된 점 하나를 먼저 말하고 시작합니다. 영업을 하면서 몸에 밴 습관이기도 한데요, 미팅에서도 상대의 좋은 점을 먼저 말하고 본론을 꺼내면 대화가 훨씬 부드럽게 흘러갔습니다. 다만 이때도 "좋네요"로 시작하면 바로 뒤에 올 지적을 위한 인사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칭찬은 칭찬대로 구체적으로, 지적과는 따로 떼어서 말하려고 합니다.


너무 세게 뿌리지 않기


바카라을 읽다가 메모해 둔 문장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했다는 말인데, <아비투스>라는 바카라에서 처음 봤습니다. "칭찬은 향수와 같다. 향을 내되 코를 찔러서는 안 된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을 할수록 이 문장이 자주 떠오릅니다. 칭찬도 너무 세게 뿌리면 오히려 거북해집니다. 회의실에서 한 사람을 두고 "이건 정말 완벽하다", "최고다"라고 몇 번씩 말하면 듣는 사람은 기쁘기보다 민망해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은 괜히 비교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예전에 대화를 잘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정리해 둔 적이 있는데, 그 목록에도 '듣는 사람을 과장되게 칭찬하는 경우'가 들어 있었습니다. 과한 칭찬은 무언가를 바라는 말처럼 들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칭찬할 때 저는 두 가지를 지키려고 합니다.


1) 크기보다 정확도입니다. "대단하다"보다 "그 부분이 좋았다"가 훨씬 오래 갑니다.
2) 칭찬은 여러 사람 앞에서, 지적은 둘만 있을 때 합니다. 지적은 여러 사람 앞에서 들으면 내용보다 창피함이 먼저 남는데, 칭찬은 반대로 여러 사람 앞에서 들을 때 더 힘이 됩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칭찬은 미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주일 지나서 하는 칭찬은 무엇에 대한 칭찬인지 서로 흐릿해지더라구요. 좋았던 그날, 늦어도 다음 날 아침에는 말하려고 합니다.


윗분이나 선배에게 하는 칭찬은 조금 더 조심스럽습니다. "팀장님 정리 잘하시네요" 같은 말은 좋은 뜻이어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평가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로 하는 칭찬은 감사로 바꿔서 말합니다. "말씀해 주신 순서대로 바꿨더니 고객 반응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처럼, 그분 덕분에 제 일이 어떻게 나아졌는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평가보다는 결과를 알려 드리는 쪽이라 듣는 쪽도 편하고,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도 정확하게 전해집니다.


칭찬을 받는 법도 있습니다


칭찬을 하는 것만큼 받는 것도 어렵습니다. 칭찬을 들으면 손사래부터 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니에요, 운이 좋았어요", "별거 아니었어요" 같은 말로 넘기는 것이죠. 겸손하게 보이려는 마음은 알지만, 칭찬한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가 한 말이 튕겨 나온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칭찬을 받으면 웃으면서 "고마워요, 역시 칭찬은 기분 좋네요"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어떤 칭찬이든 일단 고맙다고 받습니다. 그렇게 받고 나면 칭찬한 사람도 기분이 좋고, 다음에도 편하게 좋은 말을 건넵니다. 칭찬이 오가는 팀은 이렇게 한 번 잘 받아 주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받은 칭찬은 적어 둡니다. 누가 어떤 일로 무슨 말을 해 줬는지 한 줄씩 남겨 둡니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날 그 기록을 다시 훑어보면 생각보다 마음이 많이 단단해집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남이 해 준 말로 다시 확인하는 셈이라, 자존감을 지키는 데 이만큼 쉬운 방법이 없었습니다.


돌아보면 칭찬을 잘한다는 건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상대가 한 일을 끝까지 보고, 그중 좋았던 한 곳을 정확하게 짚어서, 그날 말해 주는 것. 그리고 내가 받은 칭찬은 손사래 치지 말고 고맙게 받는 것. 이 정도만 해도 팀에서 오가는 말의 온도가 꽤 달라졌습니다.


오늘 점심을 먹고 들어가면 오전에 받은 메일이나 자료 하나를 다시 열어 보려고 합니다. 그중에 좋았던 한 곳을 찾아서, "좋네요" 대신 어디가 왜 좋았는지 한 문장으로 답장을 보내 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월요일도 무탈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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