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한 약속일수록 자주 깨지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저는 항상 열정이 넘치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전의 저는 회의 끝에 "이번 주 안에 다 해 올게요"를 남발하던 사람이었는데요.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해야 팀도 믿고 따라온다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라는 걸 약속을 지킨 것과 못 지킨 것으로 나눠서 분석해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예전의 저처럼 약속을 크게 해 놓고 자주 사과하는 분이 있을까 싶어 그동안의 기록을 꺼내어 공유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약속은 한 번에 크게 하지 말고 작게 나눠서, 일정을 본 뒤에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정답은 아닙니다. 지금의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정도로 봐 주세요.
1.
회의 끝에 "이번 주 안에 다 해 올게요" 하고 말하면 분위기가 좋아집니다. 듣는 사람도 안심하고, 저도 든든한 사람이 된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금요일 저녁이 되면 반쯤 된 파일을 앞에 두고 사과 메시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월요일 오전까지 드리겠습니다" 같은 메시지였어요.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서 '이번 주에 잘한 것도 많은데, 기억에 남는 건 죄송하다는 이거 하나겠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제때 끝낸 다섯 번보다 늦어진 한 번이 훨씬 오래 기억되더라고요. 큰 약속은 지키면 본전이고, 못 지키면 그전에 쌓은 인상까지 깎였습니다. 참 아쉬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주 치 약속을 지킨 것과 못 지킨 것으로 나눠 적어 봤습니다. 못 지킨 건 거의 다 "다 해 올게요"처럼 크게 한 약속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말하는 순간 날짜를 정한 거였어요.
그 주에 잡힌 회의나 다른 마감은 생각도 안 하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의욕만 앞섰던 것이죠.
2.
그 뒤로 약속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우선 한 번에 크게 말고 나눠서 약속합니다. "이번 주 안에 다" 대신 "수요일에 초안, 금요일에 완성본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거죠. 그러면 수요일에 한 번 지킬 기회가 생깁니다. 초안을 제때 드리면 금요일 약속도 믿어 주시더라고요. 방향이 틀렸어도 수요일에 알게 되니까, 금요일에 처음부터 다시 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날짜는 달력을 보고 나서 말합니다. 달력부터 열고, 빈 시간을 본 다음 거기에 하루를 더해서 말해요. 목요일이면 될 것 같으면 "금요일에 드릴게요"라고 합니다. 그러면 목요일에 드리면 하루 일찍 드리는 게 되더라고요. 딱 맞춰 말했다면 작은 변수 하나에도 늦어졌을 거고요.
제일 자주 하는 작은 약속은 "알아보겠습니다"였습니다. 언제까지인지가 없어서 상대는 기다리고, 저는 잊어버리기 쉬웠어요. 그래서 요즘은 "오늘 4시까지 알려 드릴게요"처럼 꼭 시간을 붙입니다. 4시에 아직 답이 없으면 "아직 확인 중이라 내일 오전에 드릴게요" 하고 먼저 연락하고요. 이것도 지킨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못 지킬 때는 있습니다. 그럴 땐 기한이 오기 전에 먼저 말합니다. "금요일이 어렵고 월요일 오전이 될 것 같아요. 대신 목요일에 중간본 먼저 보내 드릴게요"처럼요. 미리 말하면 상대에게 계획을 바꿀 시간이 생깁니다. 같은 늦음인데 받아들이는 쪽 표정이 완전히 다르더군요.
지난주에는 "수요일에 초안 드릴게요"라고 해 놓고 화요일 오후에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벌써요? 그럼 금요일 건 천천히 주셔도 돼요."라는 답장이 왔어요.
제가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점이 있다고 한다면, 약속은 작게 하고 먼저 지키면, 오히려 상대가 여유를 준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가끔 크게 말해 놓고 후회합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다들 약속 날짜는 어떻게 정하시나요?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