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산'
이 편지는 독일에서 유학중인 딸이
실수를 아쉬워하는 마음에 새벽부터 아침 내내 제 마음을 쓸어내리다 터진 기도입니다....
요즘엔 아침 저녁으로
떨어진 오디를
나무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주워.
콩만한 오디를 하나씩 주우며
엄마는 기도드려.
사랑하는 아이에게 지혜를 주소서.
실패의 충고를,
실수의 이유를,
그렇게 자신에게 온 모든 사태를
지혜로 읽게 하소서.
허리를 굽히고 손을 쭉 뻗어
갓 익은 딸기를 따.
처음 거두는 딸기라 모양도 가지각색,
엄마 손길도 서툴지만
조금만 더 허리펴기를 미루며
엄마는 기도드려.
사랑하는 아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주소서.
자연이 베푸는 무한함을,
하루 온전히 받은 것을,
그렇게 늘 존재의 본질에
깊이 감사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하소서.
너희 먹이라고 지인들께서 보내주신
빵과 떡, 생선, 한우가 손끝에 닿을 때
엄마는 기도드려.
사랑하는 아이들 곁에 아름다운 사람이 머물게 하소서.
저는 알았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지 않아도 풍미가 드러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을 세우고
방향을 지키는 사람들 곁에서
인간다운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소서.
아이야.
매일 떨어지는 오디와 빨갛게 익어가는 딸기와
지인들이 보내주신 빵과 떡으로 네 아침을 준비하고
생선과 고기로 네 점심과 저녁을 차리면서
엄마는 무한한 감사를 느낀단다.
엄마가 하는 것은 그저
거두고 씻고 차리는 것뿐.
모든 것이
자연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오더라.
무한한 자연과
아름다운 사람에게 늘 빚을 진 느낌이야.
살다보니 알게 됐어.
받는 것이 너무 많다는 걸.
선택하는 줄 알았는데
모두 선택되는 것이라는 걸.
그런데 이상하다.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하는 것인데
이 빚은 무겁지 않아.
작더라도, 모양이 밉더라도
소중히 하나하나 씻으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면 충분하더라.
자연은, 아름다운 사람은...
물질로 물질을 비교하지 않아.
정신과 가치를 기억하지.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모든 것보다 더 소중함을 알지.
받은 것은 빵과 떡인데
남은 것이 소중한 마음이더라.
손에 든 것은 생선과 고기인데
남은 것이 사랑이더라.
그리고,
미운 딸기도
예쁜 딸기와 똑같은 당분을 품고 있단다.
네게 온 미운 사태들도
좋은 사태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네 인생을 위해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야.
엄마는 설겆이하면서도
맛있게 다 먹어준 너에게 감사하고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남들 눈엔 하찮아 보이는 행위들을 하면서도
아주 많이 감사해.
빚이 많아.
그래서 이렇게 종종거리는 하루가 좋아.
잃고 싶지 않거든.
지워지는 게 싫기도 하고.
매일 이렇게 바쁘고 힘들더라도
이 풍요로움을 이어가고 싶어.
큰 것이 무한하면
그 속에 담긴 작은 것도 무한하겠지.
자연이 무한하니
세계도 무한하고
그 속의 너도 무한하단다.
그러니 네 계절에 맞는 유한한 것들을 소중히 여겨.
그렇게 맞이하는 계절에 딱 그만큼만 주신 것에 감사하며 살아.
그것이
무한으로 나아가는거야.
오디를 줍고,
딸기를 따고,
흙을 털고
꼭지를 따고
너댓번 씻어
끝났다~~~ 하며 물기를 뺄 때.
그 때 기도해.
너희들의 인생도
허리가 아프고
손가락이 지저분해지고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도 나고
그렇지만
끝났다~~ 하며 물기를 뺄 때.
알게 될 거야.
이 자질구레한 감정과 행위들이
모두 응축되어
네 삶의 방향 위에
너를 세웠다는 것을.
- 2026. 06. 12. 09:32, 방금 오디줍고 딸기따고 씻고 ~~ 아~ 끝났다. 하는 순간, 마음에서 밀어내는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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