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밥에 저항했다.

by지담

스페인에 사는 지인이 자기 집에 와서 3개월만 머무르란다.

먹여주고 재워줄테니

자기랑 거기서 김밥장사나 하잔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해외에서 김밥을 파는 것이다.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김밥을 먹이는 것이다.


특히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에서 김밥을 말면 아이는 지겨운 샌드위치와 닭가슴살 대신 엄마가 만든 김밥을 먹을 수 있다. 거기에 미소장국하나, 대충 무친 겉절이까지 보태면 아이도 흡족, 나도 뿌듯할 것이 분명하다. 아이의 하얀, 검은 친구들도 죄다 먹여주고 싶다.


여기서 한줄 5천원의 평범한 먹거리가

거기서는 한줄 1만 5천원에 고급스런 먹거리가 된다.

내 노동은 여기나 거기나 똑같은데 말이다.


솔깃햇다.

당장 비행기표를 끊을 뻔했다.


내가 폭포처럼 김밥을 이렇게 말고 저렇게 말아

이렇게 포장하고 저것을 얹어보면 어때?

할 때마다 지인은 감탄했다.

'어떻게 요리를 그렇게 아무렇게나 하는데 창조적이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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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형식에 따르는 것을 싫어한다.

내 방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김밥을 말 때도,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기존 질서를 먼저 배우려 하지 않는다

쟝르도 따르지 않는다.

그저 내 식대로 해본다.


대부분의 즉흥성은 거부와 저항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그것을 창의라 부르고

나는 저항이라 부를 뿐.


창의는 기존을 거부하면 된다.

왜 김밥에는 시금치와 소세지, 단무지, 오이가 들어가야 하지?

이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나는 김밥에 저항했다.

그래서 단무지, 소세지, 번거로운 시금치를 빼버렸다.

우선, 하나의 김밥에 여러 재료를 넣지 않고

하나의 김밥에 하나의 재료만 넣어서

여러 종류를 만들어

커다란 하나로 만들었다.


또 저항했다.

훅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재료,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을 이용한 요리를

밥에 얹어 후루룩 말면 그것도 김밥이다.


저항은 이어졌다.

밥대신 면을 넣어보기도 하고

동그라미 대신 마름모로 잘라 보기도 했다.

그러면 특별한 김밥이 된다.


모든 저항은

그래서 아름답다.

새로움을 창조하니까.


나는 나의 저항이 좋다.

사람을 볼 때도 저항한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만 속뜻은 저럴 것이야. 라고 해석한다.

사물을 볼 때도 얘는 이렇게만 쓰이네, 저렇게 써봐야지 한다.


용도에 맞춰서,

이론에 맞춰서,

제도에 맞춰서

각맞춘 모든 것에

질문 하나 투척하고

나는 저항한다.


왜 대학을 꼭 18에 가야 하는지 저항했고

왜 차가 꼭 있어야 하는지에도 저항했고

왜 부모는, 자식은 이래야 하는지에도 저항했다.


그 덕에 혼도 많이 났고

떼도 많이 썼고

오해도 많이 받았다.

슬롯부적응자라고 스스로 낙인찍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왜 엄마가 바카라을 읽어줘야 하지?'에 저항한 나는

아이에게 바카라을 읽어주지 않고 내 바카라만 열심히 읽었다.

그랬더니 딸아이는 나를 따라하다가 지금까지 바카라을 좋아한다.

'왜 엄마가 너를 데려다줘야 하지?'에 저항했더니

아이들은 혼자 어디든 잘 다녔다.

'왜 내가 네 진로에 관여해야 하지?'에 저항했더니

아이들은 자기 꿈찾아 훨훨 날아갔다.

그리고 딸아이는 대학시험을 치르는 날 내게 이렇게 물었다.

'왜 내가 시험치는데 엄마가 있어야 해?'


저항은 위험하다.

하지만 아름답다.

대부분의 아름다움은 치명적인 위험을 견디고 탄생한 힘에서 나온다.


매일은 새로운 날이다.

그래서 삶은 창조이고

사람들은 창조를 예술이라 부른다.


어쩌면

모든 예술의 시작은,

어디선가 질문을 받은

작은 저항 하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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