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막: 영해 해방구
달빛이 먹구름에 가려진 벌고개 협곡. 3월의 삭풍 사이로 말의 거친 콧김과 군장이 부딪히는 쇳소리가 점차 선명해졌다. 수십 개의 횃불이 영해로 진입하는 좁고 구불구불한 흙길을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포항 헌병 기마대와 보병 지원 중대. 장터에서 마주쳤던 순사들과는 달랐다. 군마(軍馬)들의 뜨거운 입김이 피어올랐고, 말발굽이 얼어붙은 진흙을 일정한 박자로 짓이겼다. 38식 보병총을 멘 보병들의 군화 소리가 오차 없이 맞물리며 협곡의 적막을 깼다.
참호 속에 엎드린 결사대원들의 숨소리가 가빠졌다. 평생 흙만 만져온 촌부들에게 정규군의 행렬은 공포 그 자체였다. 방아쇠에 건 권태원의 손가락이 떨렸고, 소년 덕구는 흙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귀를 틀어막았다.
진우는 참호 흙벽에 뺨을 댄 채, 가늠쇠 너머로 선두를 쫓았다. 50미터. 40미터. 횃불의 매캐한 연기가 코끝에 닿았다. 말을 탄 헌병 장교의 가죽 장화와 허리춤의 군도(軍刀)가 뚜렷하게 보였다. 본대가 진우가 설정한 살상 지대 한가운데로 진입하고 있었다.
선두의 군마가 목표 지점인 썩은 소나무 밑동을 밟는 찰나. 진우는 숨을 뱉어내고 호흡을 멈췄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진우는 얼어붙은 검지에 힘을 주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총구를 빠져나간 납탄이 어둠을 갈랐다. 총알은 말을 몰던 헌병 장교의 외투를 뚫고 가슴팍에 꽂혔다.
"크윽!"
짧은 비명과 함께 장교의 등 뒤로 핏물이 튀었다. 그는 말 위에서 고꾸라져 진흙 바닥에 처박혔다. 주인을 잃은 군마가 앞발을 치켜들며 울부짖었다. 그 한 발의 총성이 신호였다.
"지금이다! 엎어라!"
진우의 외침이 떨어지자, 절벽 위에서 칠성의 기합 소리가 터졌다.
"이 왜놈 새끼들아! 우리 백성들 피맛 좀 봐라!"
장정들이 지렛대로 받치고 있던 바위와 통나무들이 벼랑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콰아아아 앙! 콰지직!
좁은 협곡에 갇힌 일본군 머리 위로 바위와 나무 기둥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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