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고개의 매복

제4막: 영해 해방구

by조삿갓

태양은 칠보산(七寶山)의 험준한 능선 너머로 무겁게 저물었다.


영해 장터에서 나누었던 국밥의 온기는 매서운 3월의 저녁 삭풍에 식어 흩어졌다. 짙은 어둠이 내린 벌고개(伐峴). 포항에서 출발한 일제 병력이 영해면으로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이 비좁고 가파른 협곡에는 무거운 적막만이 맴돌았다.


진우는 벌고개 중턱의 깎아지른 절벽 가장자리에 엎드려, 구불구불 이어지는 아래쪽 좁은 흙길을 내려다보았다.


"이곳입니다. 놈들의 숨통을 끊을 살상지대가."


진우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무거운 냇돌을 나르던 칠성과 권태원이 땀범벅 된 얼굴을 들었다.


"살상... 지대라 캤능교."


칠성이 이마의 땀을 소매로 훔치며 물었다.


진우가 지형을 짚어 나갔다.


"제가 온 시간 속에서, 수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증명된 전술적 지형입니다. 양옆은 가파른 절벽이고, 길은 좁아 말 두 마리도 나란히 지나기 힘든 병목이지요. 놈들의 본대가 저 아래 진입로를 넘어 협곡 한가운데로 들어설 때까지 숨을 죽여야 합니다."


진우의 눈동자에는 장터에서 띠었던 온기가 없었다. 오직 적을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만 계산하는 전술관의 차가운 눈빛이었다.


"정면으로 맞붙어서는 안 됩니다. 놈들은 훈련받은 군인들이고, 우리 실탄은 인당 열 발도 되지 않습니다. 화력전으로 가면 도륙당합니다."


진우는 보병총의 총검으로 언 땅 위에 선을 그었다.


"목표는 전멸이 아니라 지연입니다. 장터의 백성 삼천 명이 칠보산 깊은 계곡으로 숨어들 때까지, 이 고갯길에서 놈들의 발목을 잡는 것. 단 한 명의 순사도 오늘 밤 자정 전까지는 살아서 이 벌고개를 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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