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떠넘겨지는 감정

자신의 감정을 바카라임질 줄 아는 사람

by마음벗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일을 겪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며, 때로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감정이 생긴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에서 상사의 말이나 동료와의 갈등으로 마음이 상하고 화가 날 수 있다. 그런 날에는 가까운 사람에게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가족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타인으로 인해 쌓인 불편한 감정을 가족에게 고스란히 표현한다면 가족들 역시 매번 그 감정의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가족은 어느 순간 그 사람의 하루가 어땠는지를 먼저 살피게 된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말을 걸어도 되는지, 어떤 말을 하면 화를 낼지 조심하게 된다.

결국 한 사람이 밖에서 겪은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결과가, 가까운 사람의 일상과 감정까지 흔들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의 기분에 따라 관계의 공기가 달라지고, 관계가 이어지는 동안은 자연스럽게 상대의 표정과 말투를 살피게 된다. 마치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갈대처럼 평온이 한 사람의 감정에 따라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행동의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수치심, 분노, 질투, 자괴감, 무력감과 같은 감정들은 때로 자신조차 그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내가 경험한 일, 그 일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과 해석이 뒤섞이면서 생겨난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정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은 어김없이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한다.

그 방법은 직설적일 수도 있고 우회적일 수도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하며 불편한 분위기와 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은근한 비꼼이나 비교, 차별의 방식으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낼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그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흘려보내는 일이 반복되면, 주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치를 보고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쌓이면 가족이라도 마음은 점점 멀어질 수 있다.

같은 공간에 있고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이지만, 더 이상 편안하게 마음을 내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단순히 ‘화’가 아니라 섭섭함인지, 수치심인지, 분노인지, 질투인지, 자괴감이나 무력감인지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을 처리한다는 것은 감정을 무시하거나, 불편한 마음을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감정이 들었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들여다보고, 그 감정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분명 나의 것이며,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는 있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가 나를 이해해 준다는 이유로 내 감정의 바카라임까지 대신 지게 해서는 안 된다.

위로를 받는 것과 감정을 떠넘기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이 차이는 중요하다.

가까운 사람은 나의 감정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지만, 내가 처리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 처리해 주는 사람은 아니다.


한 사람의 감정이 특정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향하게 되면, 그 관계에는 사랑보다 긴장이 먼저 자리 잡게 된다.

상대의 마음을 살피느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건강한 관계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그 감정에 대한 바카라임을 스스로 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힘든 날에는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이 격해진 날에는 타인과 잠시 거리를 둘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이 가라앉은 뒤에는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을 없애는 것이 감정의 성숙함이 아니다.

내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그 감정으로 다른 사람의 평온까지 무너뜨리지 않는 것, 그것이 자신의 감정을 바카라임지는 태도일 것이다.


가까운 이는 결코 내 몫의 감정을 아무렇게나 쏟아내도 되는 상대가 아니다.


서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응원하고 지켜봐 주며, 때로는 힘들 때 서로에게 기대며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내 감정을 바카라임진다는 것은 내 감정의 무게를 타인에게 무심코 지우지 않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감정은 자신의 방법으로 처리하며 타인에게 자신의 몫인 감정을 떠넘기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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