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 : 희망이란 무엇인가 | 1장.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HOPE : 희망이란 무엇인가 | 1장. 희망은 어디에 있
어젯밤 별자리를 찾으며 나누었던 대화의 잔향이 거실에 여전히 남아 있는 듯했다. 아침이 밝자 어제 우리를 설레게 했던 밤하늘의 별들은 눈부신 햇살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딸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가방을 챙겨 학교로 향했고, 나는 지난 주말에 심은 마당의 상추와 닭장의 닭들을 돌보며 각자의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오후 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평소보다 조금 지친 기색이었다. 현관에 가방을 툭 내려놓고는 소파에 길게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딸: “아빠, 어제 본 별들은 다 어디 갔을까? 지금 하늘은 저렇게 파랗기만 한데. 어제 그렇게 열심히 찾았던 별자리가 지금은 하나도 안 보이니까, 왠지 어제 나눈 얘기들이 다 꿈같아.”
아이는 눈앞에서 사라진 별을 보며, 어제의 희망찬 다짐들도 일상의 무게에 눌려 사라져 버린 건 아닌지 묻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옆에 앉아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아빠: “별이 안 보인다고 해서 사라진 건 아니란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우리 눈이 잠시 못 찾는 것뿐이지. 별은 지금 저 파란 하늘 뒤에서 어제와 똑같이 빛나고 있어. 희망도 그 별과 같단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 곁에 숨 쉬고 있지.”
딸: “느껴지지도 않는데 그게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아? 난 오늘 학교에서 그냥 졸리고, 급식 먹고, 공부한 게 다인걸. 그게 어제 말한 ‘희망’이랑 무슨 상관이야?”
아빠: “바로 그게 핵심이야. 사람들은 희망이 거창한 기적처럼 눈에 띄게 나타나길 기대하곤 해. 하지만 진짜 희망은 종종 아무런 느낌이 없단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옷을 입고 있거든. 네가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졸음을 참으며 교실 자리에 앉고, 하기 싫은 숙제지만 끝까지 해낸 것. 넌 이걸 ‘그냥 하루’라고 부르겠지만, 아빠는 이걸 ‘희망의 상태’라고 부른단다.”
나는 아이의 지친 어깨를 토닥이며, 초안에서 강조했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다시금 일러주었다.
아빠: “희망은 뜨거운 감정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은 상태를 말해. 포기하고 싶어도 완전히 놓지는 않은 그 지점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는 힘 말이야. 그래서 희망은 잘 산 하루보다, 끝까지 살아낸 하루에서 더 분명해진단다. 네가 오늘 학교에서 보낸 그 ‘평범한 시간’들이 사실은 내일이라는 시간을 우리에게 데려오는 가장 확실한 희망의 동력이란다.”
딸아이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이의 눈에 다시 작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딸: “그럼 내가 오늘 학교에서 졸음을 참은 것도, 내일이 올 거라고 믿어서 그런 거니까… 그것도 희망이었던 거네? 내가 몰랐을 뿐이지?”
아빠: “그럼! 희망은 시끄러운 박수를 받지도, 화려한 기록을 남기지도 않아. 하지만 그것은 가장 조용하고도 강인한 힘으로 우리를 내일이라는 낯선 땅으로 인도한단다. 오늘 하루가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 다시 해보자’라고 말하며 저녁을 먹을 수 있다면 넌 이미 희망 속에 살고 있는 거야.”
아이는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 웃으며 구수한 밥 냄새가 나는 주방으로 달려갔다. 특별한 행운도, 대단한 반전도 없는 평범한 오후였지만, 그 평범함이야말로 우리가 어제 믿었던 별자리가 현실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희망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하루를 끝까지 살아낸 상태 그 자체다. 그것은 낮에 뜬 별처럼 느껴지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으며, 평범한 일상의 옷을 입고 묵묵히 내일을 데리고 온다. 우리가 오늘이라는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통과했다면, 그 하루에는 이미 충분한 희망이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