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디로 가는 건가요?

by싱클레어

이 글은 유제프 헤우몬스키의 그림에서 시작된 저의 개인적인 상상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나단조 op.104 - 2를 들으시며 함께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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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ózef Chełmoński, <Partridges>, 1891, National Museum in Warsaw (출처: Wikimedia Commons)

“우린 어디로 가는 거예요?”

무리에서 가장 작은 새끼 메추라기가 물었다.

어느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차디찬 눈 속에서 부러질 듯 가느다란 발이 얼 것만 같았다. 새끼 메추라기는 풀이 죽은 채로, 엄마에게 몸을 최대한 기대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눈이 온 세상을 덮어, 하늘과 땅의 구별이 쉽지 않았다.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한 시야 속에서 그들은 푹푹 빠지는 발을 힘겹게 들어 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가 어디예요?” 1시간쯤 걸었을까, 새끼 메추라기가 다시 입을 뗐다. 말을 뱉고 나니 부리가 덜덜 떨렸다.

“아가, 조용히 해.” 엄마 메추라기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게 뭐가 중요하니?” 그녀는 말을 덧붙이곤 눈이 붙어 축축해진 날개로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

“어딘지 알고 싶단 말이에요. 춥고요. 왜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말을 해주지 않아요?”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조그마한 입으로 한숨을 쉬었다.

무리의 다른 어른 메추라기들은 새끼를 흘끗 보고는 계속 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밤이 찾아왔다. 잎새가 모두 떨어져, 가지만 앙상한 덤불에 몸을 간신히 숨기고 그들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려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고개는 앞으로 뺀 채로. 새끼 메추라기는 어른들에 둘러싸여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갑자기 졸음이 그들 모두에게 성큼 다가왔다. 새근새근 잠이 든 그들, 깊은 잠에 빠져 메추라기들의 몸이 들썩였다.


새끼 메추라기는 유일하게 잠들지 못했다.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그는 여전히 그 생각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칠흑 같은 하늘을 바라보던 그의 눈동자에, 노란색의, 날카로운 유리구슬 두 개가 홱 나타났다. 그 물체는 새끼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것은 분명 날아다니는 유리구슬이었는데, 아, 자세히 보니 그건 새였다. 메추라기가 아닌, 다른 커다란 새.


순식간에 무리에 있던 메추라기 한 마리를, 그 거대한 물체가 낚아채갔다. 부엉- 부엉-.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던 새는 기쁜 듯이 유리구슬을 부드럽게 굴리면서, 그곳을 떠났다. 메추라기들은 숨을 죽인 채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바라보며 가만히 멈춰있었다. 침묵 속에서 그들은 귀에 울리는 거대한 심장박동에 귀를 기울였다. 새끼 메추라기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몸이 달달 떨리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아침이 밝아오고, 희미한 햇빛이 차가운 구름 사이에서 은은하게 내리쬈다. 메추라기들은 덤불에서 몸을 일으켜 다시 남쪽으로 걸어갔다. 새끼 메추라기는 엄마 메추라기의 꽁무니에 꼭 붙어서 종종거리며 어른 메추라기들을 따라갔다. 그들은 한참을 걷다가 눈 사이에 파묻혀 있는 씨앗 무더기를 발견했다. 메추라기들은 씨앗을 부리로 콕콕 집어 먹고는 먹이를 더 찾으려 눈을 여기저기 헤집었다. 새끼 메추라기도 엄마 메추라기가 주는 먹이들을 받아먹었다. 혹한기에 씨앗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운이 좋은 날이었다.


“우리는 지금 따뜻한 곳으로 가는 거예요? 아니면 큰 새가 없는 곳으로요? 아니면 씨앗이 많은 곳으로요?” 새끼 메추라기가 엄마의 날개를 잡고 또다시 물음표를 던졌다.

“아가, 조용히 하고 얼른 오렴. 밤이 되어간단다.” 어미새는 앞을 보며 대답했다.

새끼 메추라기는 어른들이 미웠다. 그가 하는 말에 대답을 해주는 어른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끈질기게 그 질문을 허공에 던졌다.


꽃이 활짝 피는 봄이 찾아왔다. 그의 머리 위로 주황색과 노란색이 섞인 매력적인 튤립들이 만개했고, 그의 머리가 튤립 꽃가루로 뒤덮였을 때, 그는 파닥거리며 고개를 털고, 눈앞의 황홀한 꽃밭을 바라보며 걸었다. 엄마 메추라기는 그의 작은 날개를 보드랍게 잡고는, “봄이 온 거야. 네가 태어났던 계절이란다.”라고 말하셨다. 그녀의 동그란 눈이 유리알처럼 빛났다.


푹푹 찌듯이 더운 여름이 왔을 땐, 그는 여러 마리의 메추라기들이 둥지를 틀고, 서로 짝을 찾으려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숲으로 데려가 곤충을 사냥하는 법을 손수 가르쳐주셨다.


온 세상이 붉게 물드는 가을이 왔다. 그는 폐로 차오르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도토리를 쪼아 먹고, 조금 더 커진 몸을 친구들 앞에서 뽐내며 위풍당당하게 걸어 다녔다.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그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항상 같은 질문을.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그는 항상 어디론가 움직여야만 했다. 엄마 메추라기를 따라서, 아니면 친구들의 속삼임에 넘어가서, 귀여운 암컷 메추라기와 친해지고 싶어서, 그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혼란스러움과 대답 없는 질문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 마음이 편해질 것만 같았다. 이 불안한 마음,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 속에서 그는 1년, 2년, 그리고 더 몇 년을 살아갔다.


엄마 메추라기가 작은 덤불 속에 누워 다 커버린 자신의 귀여운 아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생이 끝을 향해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들 메추라기도 그것을 알았다. 엄마 메추라기는 아들의 늠름한 어깨를 토닥였다.

“아들, 씩씩하게 살아가렴. 엄마는 널 정말 사랑했어.” 그녀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뜨며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정말 보고 싶을 거예요.” 그의 동그란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볼 위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어디로 가는지 항상 물어봤었지, 아들. 그건 중요하지 않단다. 오늘 본 것들, 느낀 것들, 사랑한 것들에 집중하렴. 그게 가장 중요한 거란다.”


엄마 메추라기의 마지막 말, 아들 메추라기는 그녀가 떠난 후, 그 말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오늘 본 것들, 느낀 것들, 사랑한 것들. 그게 무엇이지? 그는 명확하게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얻고, 작고 보드라운 아기 메추라기들을 품었다. 그는 한 동안 그가 끊임없이 해오던 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의식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의 관심은 온통 사랑하는 아내와 먹여 살릴 귀여운 아기들이었다. 아이들은 햇빛을 받으면 작은 몸을 꼬물거리며 그의 앞에서 애교를 부렸고, 봄의 튤립은 여전히 그의 위에서 꽃가루를 날렸다. 꽃가루 더미는 아름다웠다. 주황색과 하얀색이 섞인 그 달콤한 가루들 속에서 그는 아이들을 키우고, 여름이 되면 시원한 계곡물에 살짝 발을 대고 아내에게 입을 맞추었고, 겨울이 되면 다른 메추라기들처럼 따뜻한 남쪽을 향해 걸어갔다.


다시 겨울, 그가 엄마 메추라기의 날개를 꼭 붙잡고 지나갔던, 하늘과 땅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하얬던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눈의 감촉이 폭신하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꽁무니에서 종종걸음을 치며 따라오는 아가들이 사랑스럽다는 것을, 부엉이를 피해 덤불을 고르면서 불안에 떠는 것은 힘이 들지만,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둘러싸고 앉아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 메추라기의 희미한 모습이 그의 앞에서 하얗게 아른거렸다.


“그건 중요하지 않단다.”


듣지 못한 대답, 하지만 이제 그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날개를 꺼내 그 광활한 품으로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