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방송

by퇴B


우리 집 앞에서는 편의점이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그 편의점 앞에는 파라솔이 있다.

바쁘게 간편 식품으로 끼니를 채우는 사람들, 간단하게 맥주와 과자를 집어먹으며 담소하는 사람들이 그곳을 이용한다.


집 밖 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 히키코모리로서 편의점 파라솔이 내려다보이는 창문은 내게 있어 TV다.

다양한 출연진들이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는.


그중에 내가 제일 재밌어하는 장르는 오전 등원 시간의 어린이 프로와, 늦은 저녁 로맨스 그리고 간간이 특별 방송되는 취객 격투극이다.


대개는 창문을 닫아놓은 상태에서 무성극으로 보지만 특별 방송인 취객 격투극이 벌어질 땐 창문을 열고 소리도 듣는다.

현장 분위기를 보다 생생하게 느끼다가 위험 수위가 됐다 싶으면 시청자 참여 시간으로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서다.


편의점에서 만나 술을 먹을 정도면 아예 일면식이 없는 사이는 아닐 테니 범죄 수사극 장르는 아니고—

어쨌든 취중진담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잔혹 복수극이 될 수도 없다.

그러니 바로 시청자 참여 코너로 들어갈 일은 아니어서 찬스를 잡기 위해선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몇 년을 지켜보다 알게 된 사실인데, 술에 취한 두 남자가 취중진담에서 격투극으로 장르가 변할 때엔 꼭 사인을 주더라.


"개새끼야!"


넌 이제 사람이 아니니 몸으로 뜻을 보여주겠다는 건데-

동족을 배제해야만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인간들의 최소 윤리 선언이다.


장르 전환은 주로 서로의 상식이 같지 않거나, 각자가 가진 틀린 윤리관을 바로 잡아줄 때 발생한다.


그래서 알게 됐다.

우리는 상식이 같지 않거나 윤리관이 다르면 '개새끼'라며 동족으로 인식하지 않으려 하고 심지어 거세게 교육하는 종족인 것을.


우리가 왜 부지런히 상식을 익히고 윤리관을 바로 세워야 하는지 GS편의점 앞 교육방송을 보며 배웠다.

까딱 잘못하면 개새끼로 종의 변환을 맞고 매도 맞아야 하기 때문.



그리고 내 윤리관은 한 사람은 두 대까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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