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는 것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은 달랐다
일은 혼자 잘할 수 있어도, 함께하는 일은 혼자 완성할 수 없었다.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어떤 일을 맡더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일을 할 때면 늘 결과부터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빨리 끝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 같은 일을 반복하더라도 어제보다 나아질 방법은 없을까.
남들보다 특별히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고 믿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배운 것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적어두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신경 썼고, 누군가 알려준 방법이 있으면 다음에는 혼자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지는 일이 좋았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일이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지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끝낼 수 있게 되는 순간이 뿌듯했다.
내가 조금은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나는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맡은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고, 실수를 줄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생활을 오래 할수록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 사람들이 있었다.'일을 가장 빠르게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날이면 마음이 조금 편했다.
반대로 일을 정말 잘하는 사람인데도 함께 일할 때마다 괜히 긴장되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무엇인지 몰랐다.
분명 업무 능력만 놓고 보면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모르는 것도 거의 없었고, 문제가 생기면 누구보다 빠르게 해결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질문하기가 어려웠다. 작은 것을 물어보는 순간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상대방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바쁜 상황에서 말투가 조금 날카로워졌을 수도 있고, 이미 여러 번 설명한 내용을 다시 물어보니 답답했을 수도 있다.
머리로는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마음이 편한 것은 다른 문제였다.
한 번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질문 하나에도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물어봐도 될까. 이 정도는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걸까.
괜히 방해하는 건 아닐까. 그러다 보면 모르는 것을 바로 확인하기보다 혼자 해결해 보려고 시간을 쓰게 된다.
일을 잘하는 사람 옆에 있는데도 오히려 일을 배우기가 어려워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어떤 사람은 달랐다. 그 사람도 바빴고, 자기 일이 많았다. 그런데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당장 설명하기 어려울 때는 조금 있다가 알려주겠다고 했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 주기도 했다.
대단한 친절을 베푼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질문하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대해주었을 뿐이었다.'그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나는 그 사람과 일할 때 모르는 것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수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실수한 사실보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혼날까 봐 걱정하는 시간이 줄어들자 오히려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꼭 같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물론 일을 잘하는 것은 중요하다.
온라인 게임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 모인 곳이 아니고, 각자 맡은 일을 해내야 하는 공간이다.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자기 일을 계속 다른 사람에게 미룬다면 함께 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말이 조금 없고 무뚝뚝하더라도 자기 역할을 성실하게 해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믿음이 갈 수 있다.
그러니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거나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일을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돌아왔다.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다른 사람의 속도를 답답해한 적은 없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을까. 바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적은 없었을까.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일이 바쁠 때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다.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을 살피지 못할 때도 있었고, 내 일에 집중하느라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지나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특별히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그저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함께 일한다는 것은 각자의 일만 끝내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내가 끝낸 일이 다른 사람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 놓친 부분을 다른 사람이 확인해야 할 때도 있었다.
한 사람이 아무리 일을 잘해도 모든 과정을 혼자 바카라임질 수는 없었다.결국 우리는 서로의 일에 조금씩 연결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도 조금 달라졌다.예전에는 누군가 나를 보며 일을 정말 잘한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하지만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생겼다.저 사람과 일하면 마음이 편하다는 말.
모르는 것을 물어봐도 괜찮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자기 일을 바카라임지면서도 주변 사람을 불필요하게 힘들게 만들지 않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의 기분을 맞추며 일하겠다는 뜻은 아니다.온라인 게임에서는 때로 분명하게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할 때도 있고, 내 의견을 굽히지 않아야 하는 순간도 있다.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순간까지 무조건 웃으면서 넘어가는 것이 좋은 동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한 말을 제대로 하는 것도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바카라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을 어떤 태도로 전달하느냐였다.
같은 실수를 지적하더라도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드는 말이 있고,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 있다.
같은 질문을 받더라도 귀찮다는 표정을 먼저 보일 수도 있고, 잠깐 시간을 내어 설명할 수도 있다.그 차이가 업무 결과에 당장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에는 남는다.그리고 그 기억은 다음에 함께 일할 때 다시 영향을 준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새로운 일을 배우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고, 실수할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주변 사람까지 살필 여유가 없을 때도 있다.
그래도 이제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하려고 한다.오늘 나는 내 일을 얼마나 잘했을까.
그리고 오늘 누군가는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이 어땠을까.첫 번째 질문에는 비교적 쉽게 대답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을 끝냈는지, 실수는 없었는지, 어제보다 나아진 부분이 있는지 돌아보면 된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은 조금 어렵다.내가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상대방이 느끼는 마음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된다.일을 잘하는 능력은 경험이 쌓일수록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어떤 말을 하는지, 다른 사람의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바쁜 순간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그런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결국 내가 어떤 동료인지 보여주는 것 아닐까.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일을 잘한다고 말해준다면 분명 기쁠 것이다.그동안 노력한 시간을 인정받는 것 같을 테니까.
그런데 이제는 그 말만큼이나 듣고 싶은 말이 생겼다.
"다음에도 같이 일하고 싶어요."
그 말에는 단순히 업무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을 것 같다.
함께 일하는 동안 서로를 믿을 수 있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 힘든 순간에도 불필요하게 마음을 다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함께한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아직 일을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편안한 동료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 배워가고 싶다.일을 더 잘하는 방법뿐 아니라 사람들과 더 잘 일하는 방법도.
결국 온라인 게임생활은 혼자 잘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니까. 오늘도 나는 일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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