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 걸음 내딛는 3월. 동면에서 일어나는 시기이다. 부스럭 거리며, 2월에 이어 새벽녘에 일어나 걷고, 3월은 그에 더해 저녁에도 걸음을 내딛는다. 걷다 보니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자연의 법칙, 생각의 정리, 그리고 건강, 세 가지를 얻는다. 이번 3월은 특별했다. 많은 꿈들이 교차했고, 매일 걷다 보니 세상사에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 우주가 선물을 주었다. 특별했던 3월.
01 Blood moom
26.03.03 개기 월식. 아이들 저녁 식사를 차려두고, 탄천을 걸으러 나왔다. 한참을 걷다 보니 사람들이 삼삼 오오 모여서 사진을 찍어댄다. 사람들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니, Blood moon이 떴다. 걷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누워서 미뤄뒀던 수면을 하는 중이라서 세상사와는 거리가 멀어진 채, 오늘이 개기 월식인 줄은 몰랐다. 그러니 나에게는 산바카라하다 우주로부터 받은 선물같이 느껴질 수밖에.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 폭의 그림을 담아본다.
02 이른 봄 겨울
눈 쌓인 3월. 먼 곳까지 걸으러 나왔어.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담을 수가 없다. 눈으로 담아 기억의 바위에 새겨보기로 한다. 꼭꼭 눌러 그림으로 새겨 두면 원할 때 바위에 새겨둔 그림이 햇빛을 조명 삼아 하늘 스크린에 그림을 띄어준다.
03 스며든다
편을 가르는 마음은 사람들 만음으로 쉽게 스며든다. 선을 위한 행동이라 말하는데, 그 말속에는 사람을 나누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자니, 씁쓸하고, 쉽게 휩쓸려 가는 내 마음을 보고도 씁쓸하다. 내가 해야 할 것은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서 있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인데, 조금 버겁다. 인정받으려 시작한 일이 아니오. 어떤 위치를 얻기 위함도 아니오. 사소한 이유에서 시작했던 일이 조금씩 확장되어 여기까지 왔다. 자신의 것을 내놓지 않으려는 사람들, 봉사에 대한 대가를 원하는 사람들, 감정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는 사람들, 그 틈 바구니에 내 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간다. 비난받고 거절당하는 것은 그리 겁나지 않는다. 일생이 그래왔으니까.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은 분리의 마음이 내 마음에 스며들지 않고, 선으로 포장하는 마음을 구분하고, 타협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04 상처
참 오래된 상처들이 소리 소문 없이 가슴을 후벼온다. 따스한 태양 아래에서,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걸으면 좋으련만, 바쁜 일정에 실내에서 반려 식물들을 살피는 일과만이 구멍 난 가슴을 매울 뿐이다. 테이블 위에 있는 반려 식물을 들여다보니 이파리에 내 맘처럼 구멍이 나있다. 수경 재배가 가능한 아이로 단단한 녀석인데, 사람들이 뿜어내는 부정적인 것을 네가 몸으로 받아냈구나. 내일은 따스한 햇살과 은은한 달빛을 받아 다시 내 기운을 채워 너를 치유하는 에너지를 보내줄게. 상처는 아물고, 언젠가 새 살이 돋겠지. 그 치유는 스스로 일으키니 우리 힘을 내보자.
05 새순
새순이 나온다. 내 마음에도 새순이 나온다. 누군가 가위라 싹둑 새순을 자른다. 누군가 말로 내 마음의 새순을 자른다.
06 춘분
3월 20일 춘분은 빛과 그림자가 균형을 이루는 날이다. 봄의 한가운데, 식물과 동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점. 춘분 세리머니는 나에게 “풍요”에 대한 나의 태도와 시각을 반영해 주었다. “내 우주에 나는 ‘풍요’를 진짜 담고 있었는가?” 살아가면서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할 때마다 좌절과 거절의 경험으로 축적된 나의 껍질들은 항상 ‘안될 가능성’을 먼저 떠올렸구나. 이제는 내 우주에 풍요를 담아야겠구나.
봄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았다. 하루 한 걸음, 또 한 걸음. 걷는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바라보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이 조용히 찾아왔다. 아직도 상처는 있고, 흔들리는 마음도 있지만, 새순은 매년 다시 돋아난다. 나도 그 새순처럼 다시 살아난다. 오늘도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