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초록이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는 4월. 내 마음에도 조금씩 싹이 트고, 꽃이 핀다. 아직은 겨울의 쓸쓸한 마음이 한편에 남이 있고, 길이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한다. 길에는 새싹이 조금씩 대지의 어머니의 품에서 고개를 든다. 고개 숙여 나의 깊은 마음만을 들여다보던 나도 슬며시 고개를 들어 세상을 바라본다. 동면이 끝난 4월. 이제는 세상으로 나가야지.
01 봄
지난주까지 잘 보이지 않던 알록달록 색깔들이 산에 올가니 하나둘씩 보인다. 올라갈 때는 겨울 같아, 무거운 몸을 데리고 걸어가니 더 무거워지는데. 내려올 때는 봄 같아, 가벼워진 몸에 바람이 스치니 내 마음도 봄 같아. 살이 오른 토실한 냥이가 물끄러미 우리 모습을 본다. 안녕 봄.
02 꽃
꽃처럼 어여쁜 이에게 더러운 말을 뱉어낸다. 꽃처럼 어여쁜 이에게 더러운 말을 뱉어내면 꽃처럼 어여쁜 이도 더러운 말을 뿜어내지 않을까? 그러면 오직 꽃처럼 어여쁜 이의 향기도 아름다움도 독점할 수 있지 않을까? 더러운 말을 뱉을수록 어여쁜 이는 꽃처럼 아름다운 말을 뱉고, 저 멀리 그에게서 멀어진다.
03 사랑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나를 진정 사랑하는 이는 없나? 스스로를 구석으로 밀어 넣어 진정 사랑하는 이는 없다며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길러내야 할 이가 있어 무너진 몸을 일으킨다. 못 일어나게 끌어내리는 이는 있지만, 일으켜줄 이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피가 맺히게 입술을 깨물어 일어난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같은 이들이 있다. 한 소년을 보았고, 그 소년의 손은 작고 부드러웠다. 작은 소년을 길러내고 있기에 몸이 커버린 아이같이 웃는 소년을 보며 나의 작은 소년을 저렇게 길러내야 하는구나 생각한다. 앞으로도 온전히 나를 일으킬 사람도 나를 온전히 사랑할 이도 없겠지만, 내가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일으킨다. 의무감도 아니오. 바카라임감도 아니다. 그저 꽃처럼 밝고 아름답고 맑은 마음으로 그들이 시들어버린 꽃을 버리더라도 다시 피워내며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리라.
04 마침표
마침표를 찍는다. 너도 나도 자유롭게 훨훨 날길…
05 검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 한마리. 조용히 앉았다. 처음 봤는데 발톱도 세우지 않고, 가만히 다가와 몸을 비빈다. 좋다고 몸을 비비는 고양이를 내치고 할퀴는 것은 그의 모습. 그 행동이 옳다고 말하며, 자신이 친절한 사람이었다 말하는 모순
06 딱 이틀
딱 이틀만 아프자. 심호흡 크게 하고 전진
4월은 겨울을 완전히 떠나보내는 시간이었다. 고개를 숙여 내 안만 바라보던 시선을 조금씩 세상으로 돌렸고, 새싹이 움트는 계절처럼 내 마음에도 작은 희망이 자라기 시작했다. 여전히 상처는 남아 있었고, 사람들의 말은 때로 마음을 흔들었지만, 꽃은 향기를 잃지 않는다는 것을 자연이 가르쳐 주었다. 누군가가 나를 일으켜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일어나 사랑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작은 봄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꽃처럼 피어나고, 다시 한 걸음 세상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