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는 왜 아버지에게 달려갔을까
활을 든 여신이 울고 있었다.
숲에서는 누구보다 날렵했고, 짐승들은 그녀의 발소리에도 숨을 죽였다. 그러나 그날 아르테미스의 손에는 활이 없었다. 화살은 땅에 흩어졌고, 여신은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일리아스』 제21권에서 만난 아르테미스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사냥의 여신과 달랐다.
전쟁이 격렬해지자 신들까지 서로 맞서 싸운다. 아폴론의 누이 아르테미스는 헤라에게 맞서지만, 헤라는 그녀의 활을 빼앗아 그것으로 아르테미스를 때린다. 화살이 땅에 쏟아지고, 아르테미스는 울면서 달아난다.
그녀가 향한 곳은 올림포스의 아버지 제우스 곁이었다.
나는 그 장면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사냥의 여신이 어째서 저토록 무력하게 그려졌을까. 화살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더 마음에 걸린 것은, 아르테미스가 그것을 다시 주우러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흩어진 화살을 그대로 두고 떠났다.
살아오면서 나 역시 무언가를 끝까지 붙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낯선 나라에서 하루를 시작할 때도, 익숙하지 않은 말로 손님을 맞을 때도, 일터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 때도 그랬다. 모르는 것은 다시 물었고, 어려운 일은 시간을 더 들여 해결했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나는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였고, 엄마였고, 가게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내가 지쳐 있다는 사실보다 오늘 끝내야 할 일이 먼저였다. 누구에게나 돌아갈 자리가 있었지만, 정작 나는 어디에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잘 몰랐다.
아르테미스가 놓친 활을 생각한다.
활은 그녀의 힘이었고,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활을 빼앗긴 순간에도 그녀가 여신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그녀의 힘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이 잘하는 일로 자신을 설명한다.
오랫동안 일한 사람은 일하는 능력으로, 가족을 돌본 사람은 돌보는 역할로 자신을 증명한다. 그러다 어느 날 익숙한 일이 버거워지면, 마치 자기 자신까지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나이가 들어 다시 대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바카라상 앞에서는 오랜 세월 익혀 온 생활의 능숙함이 통하지 않았다. 모르는 영어 단어 하나 앞에서 몇 번이고 멈췄다. 젊은 학우들이 쉽게 읽어 내려갈 문장을 나는 소리 내어 여러 번 읽었다.
그때마다 나 자신에게 묻곤 했다.
이 나이에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을 시작했을까.
그 질문 속에는 공부의 어려움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한때 쉽게 해내던 일들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는 서글픔도 있었다.
아르테미스는 아버지의 무릎으로 달려가 울었다.
나는 그 장면을 읽으며 그녀가 다시 활을 들었는지보다, 울 수 있는 곳이 있었다는 사실을 오래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을 모욕한 헤라 앞에서 끝까지 강한 척하지 않았다. 잃어버린 화살을 하나하나 주워 자신의 힘을 증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다만 아픈 채로 돌아갔다.
물론 호메로스가 이 장면을 인간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썼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들의 다툼 속에서 아르테미스는 우스꽝스럽고도 무력하게 그려진다. 그럼에도 예순을 넘긴 내 눈에는 그 울음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젊었을 때는 강한 사람이 부러웠다.
이제는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며칠 전에도 바카라상 앞에 앉아 읽히지 않는 문장을 붙들고 있었다. 같은 줄을 세 번 읽고도 뜻이 들어오지 않았다. 연필을 내려놓자 손가락 끝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잠시 바카라을 덮었다.
부엌으로 가 물 한 잔을 마시고, 창밖을 보았다. 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다시 바카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 문장은 조금 다르게 읽혔다.
아르테미스가 흩뜨린 화살을 다른 신이 주워 모았다는 대목을 떠올렸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도 누군가는 남아 있었다.
나는 아직도 많은 것을 혼자 해내려 한다. 오래된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손에서 무언가를 놓치는 날에도 나 자신까지 잃어버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보려 한다.
『일리아스』의 전쟁터에서 여신은 활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바카라상 앞에서, 모든 것을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오래된 생각 하나를 조금 내려놓았다.
창밖은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었다.
다시 연필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에 남아 있던 눌린 자국은 희미해졌지만, 공바카라에는 아까 멈춘 문장이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