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중학생이었던 제자가 중학생 학부모가 되었다

by아침이슬

스승의 날을 맞아 은사님 두 분께 연락드렸다.


한 분은 중학교 2학년 때 과학 선생님이다. 내 친구가 선생님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지만, 과학 수업은 거의 기억이 없다. K 선생님은 내가 다니던 학교에 딱 1년 근무하셨는데, 그 1년이 강렬했나 보다. 중학교 2학년은 내 학창 시절 중 가장 빛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때의 인연이라 그랬는지 대학생이 되면서 선생님과 연락이 닿아 약 20년 넘게 안부를 주고받는 중이다.

입학식을 앞두고, 선생님의 대학 후배가 되었다고 내가 먼저 연락드렸다. 학교 다니는 동안 밥도 사주셨고, 사범대라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학교생활에 필요한 조언도 해주셨다. 심지어 교생실습을 K 선생님이 근무하시던 학교에서 했다. 순수하게 제비 뽑기로 정했는데 알고 보니 K 선생님이 계신 곳이었다. 마침 선생님 댁이 내가 자취하던 학교 근처라 출근 때마다 차를 얻어 타고 다녔다. 교생 신분이었지만, 은사님과 같이 출근한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감격스러웠다. 그런 인연을 이어온 선생님께, 일 년 만에 연락드렸다.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고 안부인사를 전하자, 선생님이 감탄하셨다. 중학생이었던 제자가 중학생 학부모가 되었구나.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났던 기간은 고작 1년. 그러나 2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선생님께 연락드릴 땐 한결같은 마음이다. 선생님 저 회사 들어갔어요. 선생님, 저 결혼해요. 선생님, 저 학부모 됐어요. 그리고 선생님, 저 기간제 교사로 근무해요...

시간이 흘러도 연락드릴 수 있는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선생님은 긴 시간 잊지 않고 연락 주는 제자가 있어 힘이 난다 하셨다.


또 다른 은사님은 고등학교 때 2년 동안 담임을 맡으셨던 L 선생님. 당시, 선생님이 출산하신 뒤 반 아이들과 선생님 댁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자고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집에 우르르 몰려갔던 걸까. 축하인사 목적으로 갔던 것 같은데 과연 그게 최선이었을까. 제자로서 도리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때를 생각하면 민망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진로를 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 중 한 명이 L 선생님이다. 나도 L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갖게 해 주신 분이니까. 대학교를 결정할 때도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고 덕분에 그 선택은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이미 선생님이 경험했던 만큼 임신, 출산, 워킹맘에 대한 고민도 쉽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마흔 넘어 기간제 교사를 한다고 해서인지, 연락드릴 때마다 근무하고 있는지 물어봐주신다. 올해에도 안부를 물으시기에 현재는 사정상 쉰다고 했더니, 짧지만 강한 두 마디를 보내셨다. 이제 같이 늙어가는 거니 친구가 되어 주겠다고. 온전한 내 편인 친구가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이 말을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곱씹었다. 나를 이렇게 응원해 주는 사람이 또 있었구나.


선생님은 외모도 목소리도 그대로인 것 같은데 저는 이만큼 나이가 들었네요. 그때의 선생님보다 더 나이 먹었어요. 저도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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