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쉬어가도 돼
"그간 열심히 달려왔으니 좀 쉬어가도 된다. 그러다 보면 또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신청했는지 물어보기 위해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는 주민센터에서 선불카드로 받았단다. 이어지는 엄마의 질문에, 나는 수입이 없어서 될 줄 알았는데 가구당 소득으로 집계해서 대상이 안되더라고 알렸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뒤,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수입이 없다고 한 말이 신경 쓰였는지, 내가 집에 있으면서 위축되어 있을 거라 걱정했는지 평소와 달리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엄마, 난 마음 편히 잘 쉬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진심이었다. 처음엔 몸은 쉬지만 마음은 불편한 상태였다.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이고 구직급여를 신청한 뒤 온라인카지노 스토리에 '기간제 교사가 글을 쓰는 이유'를 연재하면서, 도서관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마음도 점차 쉬게 되었다. 좀 더 길게 쉬게 될지, 계획대로 원하는 시기에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될지 모른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충실하기로 했다.
첫 번째 임용고시 탈락 후, 내 인생에 오점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재수 후 임용을 포기했을 땐, 패배자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금 무탈하게 잘 살고 있다. 당시엔 감당하기 버겁고 세상 그 무엇보다 큰 일이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모두 내 인생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있었다. 그때의 시련 덕분에 성숙해졌고 더 단단해졌다.
잘 안 풀릴 때면 좀 쉬어가도 된다. 힘들면 좀 쉬어가도 된다. 나에게 주어진 쉬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