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영화가 사치는 아니잖아

나를 위한 시간

by아침이슬

서점에서 신간도서 구경하기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마시기

조조영화 보기

온라인카지노 먹기

미술관 가기


평일에 시간이 생기면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다. 처음 전업주부였을 때, 아이들은 어렸고 운전이 미숙해서 외출은 생각도 못했다. 아이들이 자랐고 운전이 능숙해져 외출이 자유로워질 무렵, 일을 시작했다. 때로는 시간강사로 때로는 기간제교사로 출퇴근을 하며 워킹맘이 됐다.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주말에는 주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주말보다는 평일에, 오후보다는 오전에. 평소 아이들에게 양보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취향대로 먹고 보고 즐기고 싶었다.


전업주부가 된 지 3개월 차. 서점 한 번, 영화관 한 번 다녀온 게 전부다. 서점은 아이의 문제집 때문에 그날 꼭 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영화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을 훌쩍 넘긴 후에야 관람했다.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적도, 온라인카지노를 먹은 적도 없다. 미술관도 당장은 계획에 없다.


이토록 시간이 많은데 왜 이럴까. 오늘도, 내일도, 다음 주도 언제든 가능하니 급한 마음이 안 드는 거겠지. 무엇보다 수입이 없는데 소비를 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다. 아니다, 구직급여를 받긴 하니 수입이 없는 건 아니네. 그래 너무 위축되지 말자.


다음 주부터 갑자기 출근을 하게 됐다고 상상했다. 쉴 때 못했다고 후회할 만한 게 뭐 있을까.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미술관을 한 번 가볼까. 올해 건강검진도 받아야 하는데 일단 예약을 좀 해놓을까. 어라,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아직도 상영 중이네. 평점도 높고 후기도 엄청나잖아. 이런 건 극장에서 봐줘야지. 러닝타임도 긴데 조조영화로 딱이네. 내일은 이 영화로 결정!


시간이 흘러, 바쁘게 일하는 그날이 왔을 때 후회하고 싶진 않다. 시간이 언제나 여유롭진 않겠지. 내 정신건강을 아끼고 챙기는 건 내 몫이다. 비록 자의에 의해 쉬는 건 아니지만, 이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는 말자.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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