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드는 소리가 그리워졌다

복도에서 괴성을 지르던 아이들

by아침이슬

둘째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 연수에 참석했다. 평일 오전 교육이지만 고민 없이 신청버튼을 눌렀다. 일하지 않아서 좋은 점을 또 하나 찾았네.

연수 시작에 앞서 교감선생님은 아이들 등교시킨 후 집안 정리 등 할 일이 많고 바쁜데도 귀한 시간을 내어 참석해 줘 고맙다고 했다. 누가 봐도, 자리를 채워준 학부모들에게 흔히 하는 인사말이었다. 아마도 참석자 대부분은 나처럼 집에 있는 학부모이리라. 물론 누군가는 하루 휴가일 수도, 오후 근무일 수도, 재택근무 중일 수도 있다. 그걸 알고 있는데도 괜히 교감 선생님의 말이 고깝게 들렸다. 내가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 속한다는 건 명백한 사실인데, 무슨 자격지심인지. 다행히 메타인지를 발휘시켜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주제는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의 중요성. 평범하고 일반적인 내용이지만 들을 때마다 각성하게 되는, 때마다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 같은 내용이었다. 강의 중간,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이 교실에서 쏟아져 나오는지 괴성이 점차 커졌다. 복도에서 들리는 소음이 커지자, 강사님은 하던 말을 멈췄다.


"아이들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죠?"


퇴직 후 대학에서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강사님은 인자한 표정으로 아이들의 목소리에 잠시 귀 기울였다. 한 명의 것이 아닐 뿐, 집에서도 매일같이 듣는 우리 아이들의 소리였다. 신기하게도, 집에서와 달리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아이의 소리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순수하고 유쾌한 아이들의 소리가 마음을 정화시키는 기분이었다. 엄마 미소가 이런 거겠지. 자녀와의 소통과 공감 이야기를 한창 듣던 중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때였다.


'그립다.'


뜬금없이 그리워졌다. 대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어느 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수업 끝나는 종 치기가 무섭게 복도로 뛰어나와 무슨 얘기들을 그렇게도 떠들어대는지. 나보다 더 빨리 교실 밖을 벗어난 아이들은 또 어찌나 많던지. 교무실로 피신하기 위해 긴 복도를 잰걸음으로 걷던 그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 소리가 그리웠다. 복도에서 흰 양말로 바닥을 쓸며 놀던 아이들이 생각났고, 서로의 목소리에 묻혀 더 크게 소리치며 대화하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수업 시간에 떠들던 아이들, 큰 소리보다 더 거슬리게 속삭이던 아이들도 생각났다. 그 소리와 그 공간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종소리를 들으며, 신기하게도 그립다는 기분이 들었다. 학교에 가지 못해 아쉬운 이유가, 단순히 수입이 사라져서나 약속했던 계약이 불발되어서만은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내가 학교에 머무는 동안 나는 제법 진심이었구나. 애절한 그리움은 아니지만, 꽤 기분 좋은 그리움이었다.


기대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던 강의 덕분인지,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발견한 덕분인지 학교를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이가 집에 오면, 귀를 활짝 열고 반응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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