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의 선물
'선생님, oo일에 시간 괜찮아요? 중간고사라 일찍 끝나는데 커피 한 잔 할래요?'
최근 근무했던 학교에서 가깝게 지냈던 부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종업식 전날, 기간제 합격자 명단에 내가 없음을 알고 눈이 벌게지도록 혼자 울던 동료였다. 마지막 출근 날,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로 나를 펑펑 울린 동료였다. 학교 밖에서도 계속 인연을 이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서로 확인한 지 두 달 만이었다.
예상했던 기간제 계약이 불발되면서, 당장은 마음이 힘들 테니 좀 나아지면 꼭 다시 보자고 약속했었다. 사실 그 선생님은 내 계약 불발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굳이 꼽자면 그 학교에 근무한다는 것 정도. 교사 선배로서, 같은 40대로서,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많이 도와주고 배려해 준 분이었다. 그분이 없었다면 5개월간 어떻게 근무했을까 싶을 정도로. 비록 업무로 엮인 사이였지만, 취미나 취향이 비슷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던 동료였다.
3월 중순, 수차례 고민 끝에 가볍게 메시지로 안부를 전했다. 그 선생님이 먼저 연락하기는 조심스러울 것 같아, 실업급여 신청 후 마음이 제법 안정된 뒤 먼저 연락했다. 그리고 진짜 약속을 잡았다.
시험기간 이틀 중 하루는 전체 교직원 연수, 그리고 딱 하루 남는 시간에 만나기로 했다. 한 학기에 두 번씩 있는 시험기간, 조퇴 후에 할 일은 넘쳐난다. 병원, 은행, 휴식, 육아 등. 그 모든 것을 제치고 나에게 먼저 만남을 요청해 준 것이다. 아직도 그 학교에 대한 기억은 썩 좋지 않지만, 그곳에서 만난 동료가 나를 진심으로 대한다는 마음이 감사하고 뿌듯하고 기뻤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개월, 아직도 내 빈자리가 허전하고 그립다는 그 말이 괜히 듣기 좋았다. 기말고사 때쯤이면 마음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각자 근황을 나누고, 학교 분위기를 전하고, 서로 읽었던 바카라을 추천하다 보니 잠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땐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시간을 따로 내고 약속을 잡아야 가능한 순간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교사로 근무할 땐 시험기간에 조퇴하고 일찍 퇴근할 수 있어서 좋았고, 지금은 그렇게 일찍 퇴근하는 동료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기말고사 전, 이번엔 내가 먼저 연락해야겠다. 부장님, 커피 한잔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