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엄마 또 해주면 안 돼?

by몽접

지난주에 엄마가 오셨다. 뭐 가족행사가 있어서 오셨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빠와의 다퉁이 있어서 이래저래 오셨다. 딱 봐도 그렇다. 그러나 말씀을 하시지 않은 우리 엄마. 나는 웃으며 "싸웠어?"

엄마는 "아니"

나는 웃으며 "아니 티가 나"

엄마는 웃으시며 "사는 게 다 그렇지"

참 양반은 못 되는 우리 아빠는 "엄마 좋은 거 많이 사드려라"

나는 알겠다 하고 있는데 엄마는 "딸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갑작스러운 질문이다. 엄마가 오셔서 어딜 모셔야 하나 검색을 하던 중인데 이런 당황스러움이란, 그래서 결구는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떠오른 김밥, "엄마 김밥"

엄마는 웃으시며 "그거야 천국에 가는 김밥 먹어"

나는 "싫어. 그 운동회 하면 싸 주시던 김밥"

결국 엄마는 쉬는 팔자는 못 된다 하시고는 집 근처 마트에서 김밥 재료를 다 사시고는 준비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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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게 움직이는 손동작 나는 마음이 설렜다.

사실 운동회가 아니고도 우리 집은 김밥을 많이 먹었다.

엄마 아빠 맞벌이도 맞벌이지만 가난했던 우리 집에서 빨리 먹고 생활하기에는 김밥이 최고여서 항상 엄마는 김밥을 싸고 아침에는 엽서를 놓고 가셨다. 어떨 때는 질려서 못 먹겠다 할 때 즈음에 참치가 들어가고 뭐 이렇게 저렇게 김밥을 먹고 자라서 익숙했는데 운동회라 그런지 그때는 정말 많이 먹었다.

아빠는 자르지 않고 드시는 걸 좋아해서 통으로 드셨고 우리는 기본 20줄을 그날 먹고 다음날도 먹고 즐기며 먹어서 "매일 이렇게 먹으면 질리지 않겠다" 하고 말을 하면 엄마는 "그럼 우리 굶어 죽어" 하고 웃으셨다.

그렇게 먹은 김밥은 이제 그냥 사 먹는 김밥이 되었고 이렇게 먹는 김밥은 누군가의 청이 아니면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방을 울리고 나는 살짝 클래식 음악을 틀고 엄마를 지켜봤다. 손에 주름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엄마 주름이 있네"

엄마는 "그럼 나이가 있는데"

나는 "그럼 크림을 발라"

엄마는 "그런다고 달라지니?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다른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음이 울컥했다.

그리고 한 시간여쯤 지났을까 엄마는 다 됐다 하시며 내게 김밥을 맛보라고 주셨다.


찰떡이다.

정말 맛있어서 앉은자리에서 두줄을 먹고 엄마는 남은 김밥을 정리하셨다.

"엄마는 안 드셔?"

암마는 "만들면서 먹었어"

그렇게 저녁에도 먹으려고 했는데 아까워서 다음날로 넘겼고 엄마는 잔치에 가셨다가 다시 오셨다.

막상 잔치에 갔더니 먹을 것이 없었다고 하시더니 김밥을 드셨고 얼마 남지 않은 김밥에 나도 모르게 "엄마 나 또 해줘"라고 했더니 엄마는 웃으시며 "시절 좋아 배달해"라고 하셔서 난 빵 터지고 그렇게 엄마에게 말씀을 드리고 잠을 잤는데 아침부터 어딜 그리 다니시나 했더니 역시 마트, 결국은 다시 김밥을 말아주시고 내려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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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했는지 김밥을 먹는데 눈물이 났다. 이렇게 키웠는데 또 해달라고 하는 거 보니 아직도 내가 정신을 못 차렸나 싶고 주름진 손을 봤는데 바라는 게 많은 걸 보니 철없다는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싶어서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전화를 했더니 엄마는 "잘 먹어 알았지?"라는 맑은 톤으로 받아 주셔서 괜히 목이 매이는데 "응"이라고 했더니 "내려와" 하시며 버스 울렁증으로 마루리를 하셨다.

엄마와 같이 살면 이렇게 먹고살 수 있어서 좋으니 그냥 다 때려치우고 갈까 생각도 안 한 건 아니지만 이 나이에 내려가면 걱정을 하실게 뻔해서 가지 못하고 버티는 거다. 그날 말아주시고 간 김밥을 나눠서 일주일을 먹었다. 고소한 냄새는 엄마의 사랑이다 싶어서 먹을 때마다 카톡을 보냈고 엄마는 사랑의 잔소리를 하시며 하루를 마무리하셨다.

내려가면 이야기해야겠다. "엄마 또 해주면 안 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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