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허니문의 첫 시작~
그토록 기다린 날이라 한껏 산뜻해야 했지만, 한껏 먹구름 머금고 금방이라도 번개가 튀어나올듯한 그녀의 기세에 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신디. 컨디션 저하와 배고픔 증폭으로 신디는 예민해지기만 했고. 그래서 우리의 분위기는 한없이 하향하고 있었다. 이에 나는 애써 분위기를 멱살 잡고 끌어올려보고자..
"저기.. 신.. 디? 하하... 신나지 않니?? 우리 드디어 뉴욕 간다~~"
"자기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제 식 끝나고 밥 먹을 때 왜 바로 나왔어? 난 아직도 이해가 안 돼. 나 그 식장 뷔페, 어제 처음.."
아.. 또 시작이네.. 또!!!
"아니, 물론 그렇지만. 어른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던 데다. 뭔가 상황이 편치 않았단 말이야. 그래서.."
결혼과 동시에 껍질 벗겨지듯이 달달함이 사르르 벗겨지는 건가? 예로부터 선배들 가라사대.
"노아, 절. 대.로. 하면 안 되는 게 뭔지 알아요? 신부한테 바카라 잡히는 거!! 신부 한번 섭섭하게 하잖아요? 평생가요~~~ 하하하하하하"
웃으며 농담처럼 말씀하시던 선배들의 숱한 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피로가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분명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 없는 거 같았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그녀에게 분노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감정과 상황은 왜일까? 이 말싸움은 한동안 계속되었고.
그러다 서로 지친 우리는 그 이후로 출국 절차 밟는 내내 냉전 사이를 유지하기로 합의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그렇게 냉랭한 분위기로 쭉 가는 듯했지만. 그 정적을 깬 건 신디였다.
"자기야, 우리 라운지 가서 뭐 좀 먹자. 우리, 식 끝난 이후로 제대로 먹은 거 없잖아."
“그런데 먹을.. 데가 딱히 없지 않니?”
출국 심사를 밟고 나서 우리 앞에 보이는 식당은 샌드위치나 빵 류 밖에 보이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거라도 먹어야 하나? 하고 생각하던 와중에 신디가 잠시 검색해 보더니. 찾기 시작한 곳이 있었으니. 이곳이었다.
2 터미널 마티나 라운지( https://maps.app.goo.gl/NnjJ3bzFEpsx4xkL8 )
그리고 이곳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그러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었기 때문에 좀 애를 먹어야 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좀 걱정이 되었던 게 라운지에 식당이 있을까? 그리고 가격은 비싸지 않을까? 싶었었는데. 막상 라운지 이용 가격은 2인에 7만 원 정도였었기에 부담 없었다.
왜 굳이 라운지에 가냐고 신디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그녀의 신경은 수차례 연마된 끝에 그녀의 귀로 내뱉어지는 내 헛소리들 모두 베어버릴 만큼 날카로워졌기에 난 군소리하지 않고 앞장서고야 말았다.
"그래, 신디~~ 빨리 가자~~~ 어서~~"
그리고 내가 앞장서서 빨리 자리를 선점. 그곳에서 뷔페를 이용했는데, 생각보다 뷔페 구성이 괜찮았어서 놀랐다. 공항 터미널에 이 정도 퀄리티에 구성이라면?
진짜 괜찮았다, 생각보다. 그래서 두 접시 정도 먹었다. 이때가 결혼식부터 지금까지의 시간 통틀어 실질적인 첫 끼였기 때문에,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신디는 여전히 저조된 컨디션으로 많이는 못 먹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괜찮아진 듯하였다. 그런 신디의 컨디션에 한숨 돌리고, 비행기를 기다리던 우리.
멍하니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내가 문득 신디에게 물었다.
“신디,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우리가 9박 10일이고, 11월 30일에 한국에서 뉴욕 가는 비행기 타는데. 그러면.. 12월 11일에 도착하는 건가? 11월 30일 한국 시간 기준으로 출발해서, 뉴욕 시간 기준 11월 30일에 도착하니. 한국 입국하는 시간에 그만큼 더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의 질문에 그녀는 정색하며 말했다.
“자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뉴욕 시간 기준으로만 생각해. 나까지 헷갈려.”
오늘, 11월 30일에 뉴욕으로 출국해서 9박 10일 신혼여행을 가는 상황이라면, 우린 몇 월 몇 일에 한국에 입국하는가? 이 쉬운 질문에 대해 나는 몇 달 전부터 신디와 열띤 논쟁을 여러 번 하였는데, 그 논쟁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나로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명확히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조용히 신디의 눈치를 보던 나는.
“아.. 그렇구나.. 그래~”
뭐가 중요하겠어? 즐거우면 그만이지~하고 궁금증 따윈 날려버린 나. 그러다가 비행시간이 되어 우린 비행기 표 검사받고 비행기 타려고 들어가던 차에 세 갈래로 나뉜 탑승 통로 앞에 마주 선 신디와 나.
그때 비즈니스 클래스와 퍼스트 클래스 쪽을 보던 신디는 웃으며 말했다.
“자기야, 우린 언제 퍼스트 클래스나 비즈니스 클래스 타게 될까?”
내가 아니?
잠깐 얼탄 날 보며 신디는 씨익 웃고 다시 말했다.
“자기야~ 돈 많이 벌자~~~ 알겠지?”
그리고는 이코노미 클래스로 당당히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자기야~ 많이 벌자는 말이 중의적인 거 같은데? 같이? 아님 나 혼자? 같이 많이 벌자는 말이지?”
끝내 그 말에 대한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비행기에 탑승한 우리. 신디는 바로 잠에 들었고. 나는 창 밖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뉴욕에 간다니..
이전에는 결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애초에 결혼조차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니. 전날밤, 신디 외국 친구들과 얘기하던 중이었다.
“Why are you going to New York?”
“Because.. ”
바로 스파이더맨 때문이었다.
내가 뉴욕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영화 스파이더맨 주 배경지가 뉴욕이었기 때문이었다. 빌딩 숲을 헤치고 거미줄을 쏘고 다니는 스파이더맨. 그런 스파이더맨을 주변으로 하여 거대하게 솟아있는 빌딩들에 화려한 조명과 간판들. 자유로움의 끝판왕인 분위기.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느껴볼 수 없는 세계. 마치 판타지나 미래 세계를 마주한 느낌. 그래서 늘 스파이더맨이 인상적이었던 건지, 뉴욕이 인상적이었던 건지 둘 중 어느 것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나로선 어렸을 때부터 뉴욕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설렜다.
어떤 곳일까?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거대할까? 얼마나 웅장할까?
분명, 내가 봐왔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겠지? 설렘과 기대감. 이 마음을 가진채, 뉴욕으로 긴 비행시간을 넘어 달려가고 있었다.
내심 기다리고 있었던 기내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