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9일 오후 5시를 넘은 시각.
드디어 신디와 결혼식을 성황리에 마친 후, 돌아온 우리의 신혼집.
신디에겐 여운을,
나에겐 해방을.
결혼식 직후 각자 가지고 있는 동상이몽이 신혼집에 와서도 계속되던 와중에, 결혼식 때 렌즈를 처음으로 꼈었던 나로선 빨리 렌즈를 빼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내내 눈이 따가워서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 혼자서 렌즈를 빼기엔 너무나 어려웠었다..
체감상 결혼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달까?
"신디~~~ 나 렌즈 좀 빼줄래~~~"
내 요청에 신디는 못이기는 척 화장실에서 씨름하고 있던 나에게 다가왔고. 내 렌즈 빼주는거 도와주다가 내가 자꾸 눈을 깜빡여서 짜증이 났던지 처음엔 나무랐었고. 중간엔 단호한 어조로 나에게 경고하더니, 급기야 종국에는 결혼식 때 특정 상황에서 말을 왜 그렇게 했었어 했냐 라며 생각 좀 하고 말해라느니~ 우리 옷 갈아입는데 식 전에 왜 내가 그렇게 행동했어야 했냐느니, 왜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했냐느니 등 온갖 쌓였던 것들을 다 쏟아내시던게 아닌가.. 그리고는 갑자기 나 혼자 렌즈 빼라고 휙 던져버리고 떠나버리는 그녀.
이에 나는 벙찐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
뭐지... 이 익숙하고도 낯선 상황은? 결혼식 올린지 4시간만에 시작된 부부싸움인가?
그리고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다시 두 눈을 찌를듯한 따가움에 못견뎠던 나는 신디가 나간 쪽을 향해 조심스레 말했다.
그런데, 신디? 이거 빼..줄거지? 지금 내 눈 뽑힐거 같아... 빨리빨리..
결국 마지못해 신디는 내 렌즈를 빼는 사투를 벌였고. 이후 난 왠지 모를 생존 본능?으로 신디에게 초콜릿을 쥐어줬었다. 그러더니 다시 먹을 거 먹고 어느새 배시시 하며 웃는 그녀 모습에 많은 생각이 교차했던 나였다.
이윽고 신디와 함께 신디의 외국 친구들과 에프터 파티를 하기 전 짐을 꾸리기 시작했고.
한창 캐리어 짐 꾸리던 중 캐리어 지퍼 안 공간 보고 나는 놀라고 말았다.
"와 대박.. 신디! 지퍼 열었더니 또다른 수납 공간이 나왔네? 와 대박.. 나 여태까지 몰랐어.."
"자기야... 그거 여태까지 몰랐니?"
그런 내 반응을 보고 신디는 어이없어하는 눈치. 이게 내 남편이라는 거지? 라는 듯 한심 어린 눈으로 날 바라보는 신디를 보며,
왜? 니가 선택한 남자야.
라고 말하는 듯 응시하는 나. 이제 넌 빼도 박도 못하지! 그러나 그녀는 오로지 한가지에 정신이 쏠린듯 나를 재촉할 뿐이었다.
"자기야~~ 빨리 준비하고 빨리 나가자~"
허니문 가기 전날, 우린 마포의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었는데, 이때 외국에서 온 신디 친구들을 불러 그 호텔 바에서 애프터 파티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우선 우리가 가기로 한, 호텔의 바는 우리에게 꽤나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4번의 운전 면허 시험 불합격 할때마다 갔던 곳으로, 당시 비싼 돈을 쓸 수 없었지만, 쓴 것처럼 생색 내고 싶을 때마다 갔던 곳. 우리의 한때 아지트였던 곳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연애 내내 가다가 이제야 비로소 그 바가 있는 호텔에 묵는 건 물론, 그 바에서 당당히 플렉스를 하러 가는 날.
이제 나는 맥주 달랑 두잔만 시킨 채, 기본 옵션으로 주는 마카다미야 땅콩만 먹지 않는다고. 그런 의미 있는 곳에 우리 결혼식 때문에 먼곳에서 한국까지 왔던 친구들에게 이렇게라도 보답을 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도착한 후, 시간이 조금 지나서 레바논에서 온 그대들을 시작으로 한두명씩 오기 시작한 친구들. 그리고 그 바에서 신디의 외국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영어 듣기 평가~!
각기 서로 다른 시기에 만났던 신디의 외국 친구들. 그러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모르고, 오로지 각자 신디만 아는 상황이었던지라 신디가 중간에서 조율을 해주었어야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신디는 유재석님이 아니었다.. 허허.. 신디는 그저 배가 많이 고팠던지 많이 먹는데 열중하고 그러했다..
신디, 누가 보면 널 굶긴줄 알겠다..
그런데, 조율 좀 해주지???
"Haha i think she was very hungry.. "
제각각 떠들고. 나만 신나게 영어 듣기 평가 했던 밤.
그렇게 한참을 웃으며 있다가 다시 찾아온 우리 둘만의 시간~
숙소에 도착해 서로를 응시하던 그때, 신디가 나에게 말했다.
자기야, 나 ( ) 야~~~ 미안~~~
순간 어이가 없어서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걸 왜 이제야...!!
허허허허... 그걸 듣고 난 직감했다. 아, 아주 혹독한 허니문이 되겠구나..
두려움에 가득 떤 채 내일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