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봄밤, 설렘의 온도로 쓰는 첫 번째 편지

by박순동

[프롤로그] 봄밤, 설렘의 온도로 쓰는 첫 번째 편지


봄밤은 참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딱히 기다리는 약속이 있는 것도, 특별한 설렘의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봄이 되면 무언가 마음속에 그려지는 막연한 기다림이 있습니다. 낮 동안의 소란이 잦아든 고즈넉한 봄밤에 홀로 앉아 있으면, 나에게만 찾아오는 이 이름 모를 들뜸이 생경하면서도 정겨워 가만히 묻게 됩니다.


"나만 그런가?" 하고 말이지요.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간질간질한 마음의 결들을 모아, 나는 당신에게 봄밤의 언어를 건네려 합니다.


봄의 밤은 몽환적입니다. 창을 열면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지만 그 끝에는 분명 이름 모를 꽃눈을 틔워낸 다정함이 묻어 있고, 어둠은 깊지만 그 속에는 생동하는 계절의 기척이 가득합니다. 우리의 사랑과 삶도 이 봄밤을 닮아 있습니다. 사랑은 그저 달콤함만이 아닌 지독한 번뇌의 시작이며, 그 번뇌 끝에는 반드시 서로를 향한 깊은 연민의 눈빛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로를 비스듬히 바라보며 깊어가는 이 밤, 우리는 깨닫습니다. 그 무수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결국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위로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요. 완벽하지 않기에 소중하고, 아프기에 비로소 마주 잡을 수 있는 손길들. 나는 그 미묘하고도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해 단정한 문장으로 이곳에 기록해두려 합니다.


이 기록은 설렘으로 시작해 안도로 매듭지어지는 우리네 삶의 마디마디를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될 것입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당신의 가슴에 이 편지들이 작은 꽃씨 하나로 내려앉길 바랍니다.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슬프고 잔잔한 이야기들을 꺼내어 봄밤의 품에 안겨주는 시간, 그 온도 속에서 당신의 상처가 비로소 아물 준비를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2026년 봄의 길목에서, 1화를 올리기 전에 이 첫 번째 편지를 올려야 했는데 작성해 놓고 잠시 잊었네요. 순서가 바뀌었지만 제 마음이므로 올려봅니다.


이 글은 어쩌면 부끄러운 나의 독백과도 같은, 지난 시간 봄과 남몰래 사랑을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열 편의 문장으로 나열해 본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보여주기 위함보다, 내 안의 생동하는 계절을 붙잡아두고 싶었던 간절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박순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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