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뇌

왜 잠을 자야만 하는가

by모모어린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2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작은 기관이 몸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먹어 치운다. 더 놀라운 것은 밤이다. 주인이 잠들어도 뇌의 식욕은 거의 줄지 않는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뇌가 일을 할 때만 깨어난다고 믿었다. 2001년, 미국의 신경과학자 마커스 레이클은 그 믿음을 뒤집는다. 피실험자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자, 뇌의 특정 영역들이 오히려 환하게 불을 밝힌 것이다. 인간이 멍하니 있을 때 뇌는 기억을 정리하고, 지난 일을 되감고,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한다. 우리가 쉰다고 생각하는 순간, 뇌는 가장 바쁘다.


2013년에는 또 하나의 비밀이 밝혀진다. 잠이 들면 뇌세포 사이의 틈이 넓어진다. 그 틈으로 뇌척수액이 흘러들어 낮 동안 쌓인 찌꺼기를 씻어 낸다. 밤의 뇌는 불이 꺼진 공장이 아니다. 청소부들이 일하는 공장이다.


그렇다면 진짜 수수께끼는 〈뇌는 왜 쉬지 않는가〉가 아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만 하는가〉, 그리고 〈뇌는 깨어 있는데 왜 의식은 꺼지는가〉이다. 인간은 인생의 3분의 1을 의식 없이 보낸다. 그동안 뇌는 일한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없다. 과학은 아직 이 질문에 완전히 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주인 몰래 일하는 것은 뇌만이 아니다.


장에는 약 5억 개의 신경세포가 그물처럼 깔려 있다. 이 신경망은 뇌와의 연결이 끊어져도 혼자서 음식을 밀어내고 소화를 계속한다. 기분을 좌우하는 물질 세로토닌의 대부분도 뇌가 아니라 장에서 만들어진다. 장과 뇌를 잇는 신경 위로 오가는 신호는 뇌에서 장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장에서 뇌로 올라가는 것이 훨씬 많다.


우리는 생각이 머리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뱃속이 불편하다〉는 말과 〈직감〉이라는 말은 어쩌면 단순한 비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잠든 사이에도 일하는 뇌, 명령 없이도 움직이는 장. 인간의 몸은 그 주인조차 다 알지 못하는 수수께끼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