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외부에 선보이는 자리였다.
직접 만든 제품을 가져가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행사장에 도착하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바람이 너무 강했다.
준비한 제품을 제대로 펼쳐놓기도 어려웠다.
어떤 제품을 앞에 놓고, 어떻게 진열할지 생각해 갔지만 현장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제품을 보여주러 갔는데 정작 보여주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날씨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히려 생각할 거리가 생긴 건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사람들은 판매 부스보다 체험 부스로 받아들였다.
자수 제품을 보여주고 판매할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방문객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랐다.
무슨 제품을 만드는지 설명하는 일과 사람들이 그 제품을 구매하려는 일은 별개였다.
가격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자수 제품의 가격을 정할 때는 원단과 실, 부자재부터 계산한다.
여기에 제작시간까지 고려하면 쉽게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
그런데 플리마켓에서는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구매할 계획이 없던 사람도 지나가다 가볍게 살 만한 제품이어야 했다.
그렇다고 기존 제품을 무작정 싸게 팔 수는 없었다.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대로인데 판매가격만 낮추면 남는 게 없어진다.
판매량이 늘어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사업으로 이어가기 어렵다.
결국 가격표만 바꿀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플리마켓에 맞는 제품을 따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시간이 짧고, 가격 부담이 적은 제품.
현장에서 오래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물건인지 바로 알 수 있는 제품.
주문제작 상품과 행사장에서 판매할 상품을 반드시 같게 구성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이날 한 번의 경험으로 모든 플리마켓의 소비 성향을 판단할 수는 없다.
행사마다 방문객도 다르고, 구매 목적도 다를 테니까.
다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분명했다.
그동안은 어떤 제품을 만들지에 집중했다.
자수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지, 제작비는 얼마나 드는지가 먼저였다.
정작 그 제품을 어디에서, 누구에게, 얼마에 팔지는 상대적으로 덜 고민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기준으로 판매까지 생각했던 셈이다.
이번 행사에서 판매가격을 얼마나 낮춰야 할지 정확한 답을 얻은 건 아니다.
대신 다음 플리마켓에 나가기 전에 확인해야 할 질문이 생겼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할까.
어떤 가격대의 제품을 부담 없이 구매할까.
내가 그 가격에 맞춰 제작할 만한 제품은 무엇일까.
바람 때문에 제품조차 제대로 펼쳐놓지 못했다.
그날 깨달은 건 날씨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아니었다.
팔고 싶은 물건과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이 반드시 같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