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꿨다
가게에 중문을 설치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벌레였다.
처음부터 멋진 공간 분리를 계획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작은 가게에 문을 하나 더 만드는 게 맞나 싶었다.
공간이 더 좁아 보일 수도 있었고, 비용도 추가로 들어갔다.
그런데 가게에서 며칠을 지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벌레가 너무 많이 들어왔다.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작은 벌레들이 따라 들어왔고,
밤이 되면 불빛을 보고 더 몰려들었다.
자수기와 원단, 실을 다루는 공간인데
벌레까지 계속 들어오는 건 생각보다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잡았다.
한 마리 잡고,
또 한 마리 잡고,
다시 들어온 걸 또 잡았다.
며칠 지나니까 알았다.
이건 잡아서 해결할 일이 아니었다.
들어오는 길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중문을 설치하기로 했다.
처음 목적은 단순했다.
벌레를 막는 것.
그런데 설치하고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장점들이 생겼다.
가게는 전면이 통유리다.
여름에는 햇빛을 그대로 받고,
문을 열면 바깥 공기가 바로 안으로 들어온다.
중문이 생기면서 바깥과 작업 공간 사이에 한 겹이 더 생겼다.
냉난방 효율도 달라졌고,
문을 열 때마다 같이 들어오던 먼지도 한 번 걸러졌다.
원단과 실을 다루다 보니 먼지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의외였던 건 손님이었다.
중문 하나가 생겼을 뿐인데 공간의 느낌이 달라졌다.
밖에서 바로 작업실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문을 하나 열고 들어오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이 생겼다.
작업 공간과 바깥의 경계가 생긴 셈이었다.
결국 벌레 때문에 설치한 중문이
벌레도 막고,
먼지도 줄이고,
냉난방도 도와주고,
손님과 작업 공간 사이의 경계까지 만들어줬다.
처음부터 이런 효과까지 계산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공간은 그런 식으로 조금씩 완성됐다.
문제 하나를 해결했더니 다른 문제들도 같이 해결되는 식으로.
다만 문제는 또 있었다.
언제 설치되느냐였다.
처음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들었던 말은
“일주일이면 됩니다.”였다.
하지만 일주일이면 끝난다던 공사는 계속 밀렸다.
청소를 하고,
자수기가 먼저 들어오고,
나는 그 안에서 기계를 배우고 고치고 있었다.
그 사이에도 인테리어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중문이 설치된 건
개업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이었다.
처음 계획대로였다면 이미 한참 전에 모든 공사가 끝나 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계가 먼저 들어왔고,
나는 미완성된 공간에서 일을 시작했고,
가게는 개업 직전까지 계속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공간을 보는 기준도 조금 달라졌다.
처음에는 어떻게 꾸밀지를 생각했다.
벽 색깔은 무엇으로 할지,
가구는 어디에 놓을지,
어떻게 해야 예뻐 보일지를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일을 시작하고 나니 질문이 바뀌었다.
여기서 실제로 일하기 편한가.
벌레가 들어오지는 않는지,
먼지는 어떻게 막을지,
온도는 유지되는지,
손님이 들어왔을 때 작업 공간과 자연스럽게 구분되는지.
공간은 도면에서 완성되는 게 아니었다.
직접 사용해보고,
불편한 것을 발견하고,
하나씩 고치면서 완성되는 것이었다.
일주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공간에서 한 달 넘게 공사를 기다렸다.
그 사이 자수기를 배웠고,
기계를 고쳤고,
벌레를 잡았고,
결국 중문까지 달았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만든 건 예쁜 가게라기보다
내가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가게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