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 대학. 젊은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는 실험실 쥐들에게 여러 가지 자극을 번갈아 주었다.
추위도, 소음도, 피로도 저마다 다른 것이었는데 쥐들의 몸에는 어김없이 같은 흔적이 남았다.
그는 알게 되었다. 몸은 무엇이 닥쳤는지를 가리기 전에 먼저 버티는 법부터 배운다는 것.
처음에는 놀라 깨어나고, 다음에는 힘을 내어 버티고, 오래 이어지면 끝내 바닥에 닿는다.
그는 그것을 일반적응증후군이라 불렀다. 경보, 저항, 소진. 누구에게나 같은 순서로 찾아오는 길.
오래도록 우리는 사람에게 지쳤다는 말을 부끄러워했다. 다들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만 먼저 닳아 버린 것 같아서.
약속 앞에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오는 길에는 말없이 창밖만 보았다. 누구도 나를 해치지 않았는데 마음은 하루 내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오래 애써 온 마음이 정해진 순서대로 바닥에 닿았을 뿐.
지침은 고장이 아니라 신호였다. 이제는 쉬어 가라고 몸이 먼저 건네는 정직한 안부.
오늘은 지쳤다는 말을 부끄러움 없이 입에 올려 본다. 그리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저녁에 불을 낮추고 오래 앉아 있어 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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