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욕
서울에는 오래된 이름 하나가 따라붙었다.
서울깍쟁이.
본래 깍정이는
청계천과 마포 언저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장례 때 악귀를 쫓는 시늉으로 돈을 받던
이들을 부르던 말.
그 말은 세월을 지나며 모양이 바뀌어
까다롭고 인색한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고
시골 사람들이 서울 사람을
얄밉게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서울은 욕을 하는 도시이기 전에
먼저 욕을 먹는 도시였다.
그럴 만도 했다.
이 도시에서는 낯선 사람들이
한 칸의 지하철에 어깨를 맞대고 선다.
이름도 고향도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의 숨이 닿는 거리에 서야 한다.
너무 가까운 사이에서는
말이 먼저 모서리를 접는다.
그래서 서울 욕은
욕의 얼굴로 나오지 않는다.
"죄송한데요"로 시작해
"~해 주시겠어요?"로 끝나는 문장 속에
가장 날이 선 마음이 들어간다.
발을 밟히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 뒤에 한숨을 아주 낮게 내쉰다.
욕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속으로 한 바퀴 돌아
표정 없는 얼굴이 된다.
예의는 욕을 없애지 않았다.
욕이 상대에게 닿지 않도록
거리를 지켜주었을 뿐
그러니 서울의 예의는 거짓이 아니라
다치지 않으려는 오래된 요령이었다.
욕하는 마음과 예의 차리는 마음이
한 몸 안에 나란히 사는 도시
그곳에서 사람들은
속으로 욕하고 겉으로 인사하며
매일 서로를 지나간다.
그것은 가까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다치지 않게 하려고 만든
가장 정중한 거리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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