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가을, 캘리포니아
땅이 한바탕 흔들리고 지나간 뒤
심리학자 수전 놀런혹세마는
스탠퍼드의 학생들을 찾아가 마음의 안부를 물었다.
그녀는 알게 되었다.
같은 지진을 겪고도
어떤 이는 며칠 만에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어떤 이는 몇 주가 지나도
그 밤 속에 머물러 있다는 것
차이는 상처의 크기가 아니었다.
지나간 일을 되풀이해 곱씹는 마음의 습관
그녀는 그것을 반추라 불렀다.
되새길수록 아픔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되새길수록 길이 깊어진다.
미움을 내려놓는다고
그 사람이 옳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이야기의 끝에서
내가 더는 그 자리에 서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오늘은 가방을 열어
오래 들고 다닌 것을 꺼내 본다.
이름만 불러 준 뒤
빈 손으로 천천히 걸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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