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침묵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

by은파랑

1950년대, 영국 런던의 소아과 진료실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엄마 곁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아이 하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아이는 말이 없었고
엄마도 말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평온해 보였다.

그는 그 장면에 이름을 붙였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
누군가 곁에 있다는 믿음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힘

그것은 외로움과는 다른 고요
비어 있어서 서늘한 침묵이 아니라
채워져 있어서 따뜻한 침묵

침묵이 내려앉으면 먼저 입을 열었다.
날씨를 묻고, 농담을 찾고
어색함을 메우려 애쓰며
대화가 끊기는 순간마다
잘못인 양 마음이 바빠졌다.

그러다 어느 저녁
말없이 차를 마시는 한 사람 곁에서
처음으로 아무 말도 찾지 않았다.

찻잔이 내려앉는 소리와
창밖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우리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알았다.
이 사람 앞에서는
웃지 않아도 되고
분위기를 살피지 않아도 되었다.

좋은 사람은 말을 잘 이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 끊겨도 나를 편하게 두는 사람

오늘은 고요를 떠올리며
누군가 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가만히 시작해 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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