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미국 텍사스 대학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과제를 내밀었다.
하루 십오 분, 사흘 동안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일을 종이에 적어 보라.
그는 읽는 사람도 없는 그 글이
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조금씩 가볍게 한다는 것을 보았다.
눌러 둔 감정은 이름을 얻을 때
비로소 무게를 내려놓는다.
그는 그것을 표현적 글쓰기라 불렀다.
오래도록
지쳤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괜찮은 얼굴로 하루를 건너면
마음도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소란이 잦아든 밤
불 꺼진 방에 앉아 있자
저 아래 가라앉아 있던 피로가
물 위로 천천히 떠올랐다.
그것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다.
오래 건넨 웃음과 삼킨 말들 곁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던 마음이었다.
지쳤다는 걸 알아차리는 일은
약해졌다는 고백이 아니라
나를 돌보기 시작하는 첫 문장이었다.
오늘은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나에게 물어본다.
그동안 얼마나 애썼느냐고
그리고 이제 좀 쉬어도 된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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