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수많은 집의 옷장 앞에 앉아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이것을 손에 쥐었을 때 마음이 설레는가
그녀는 버리는 기준을
낡았는가 아닌가에 두지 않았다.
지금의 나에게 기쁨을 주는가에 두었다.
그리고 하나를 더 일러 주었다.
떠나보내기 전에
함께해 온 시간에 고마움을 전하라.
옷장보다 먼저
마음의 서랍이 가득 차 있었다.
오래 열어 보지 않은 이름들
열 때마다 한숨이 새어 나오는 이름들
버리면 나쁜 사람이 될까 봐
서랍은 점점 무거워졌고
정작 내가 아끼는 이름은
맨 뒤 칸에서 먼지를 쓰고 있었다.
정리는 지우는 일이 아니었다.
남길 것을 고르는 일
한 이름 앞에서는 고맙다고 말했고
한 이름 앞에서는 조용히 서랍을 닫았다.
그러자 맨 뒤 칸의 이름들이
비로소 빛 가까이로 나왔다.
오늘은 마음의 서랍을 열어
지금의 나를 따뜻하게 하는 이름만
앞줄에 가지런히 놓아 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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