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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by은파랑

1960년대, 미국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때
서로 얼마나 떨어져 서는지를 오래 지켜보았다.

그는 알게 되었다.
사람은 저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원 하나를 두르고 산다.

원 안으로는
아주 가까운 사람만 들어올 수 있고
낯선 이가 불쑥 넘어오면
몸이 먼저 한 걸음 물러난다.

그는 거리를 넷으로 나누어
친밀한 거리, 개인적 거리
슬롯적 거리, 공적인 거리라 불렀다.
그리고 이름 붙였다.
공간에 대한 학문, 근접학

거리는 차가움이 아니었다.
사람마다 편안한 자리가 다를 뿐

오래도록
멀어지면 정이 식는 거라 믿었다.
그래서 숨이 차오를 때에도
그 사람 바로 곁에 서 있었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고 나서야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가까이에서는 보이지 않던 표정과
내 마음의 크기도 함께

거리를 둔다는 것은
문을 닫는 일이 아니라
서로에게 숨 쉴 자리를 내어 주는 일

내 원의 크기를
가만히 다시 그려 본다.
누구를 어디까지 들일지는
내가 정해도 괜찮다고 믿으며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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