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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움과 독립 사이

by은파랑

19세기 후반, 쇼펜하우어의 우화 속
겨울 들판 고슴도치 한 무리

추위를 이기려 서로 몸을 붙이면
가시가 서로를 찔렀고
아파서 떨어지면
다시 추위가 밀려왔다.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되풀이하다
마침내 한 자리를 찾아냈다.
서로 온기가 닿으면서도
가시가 찌르지 않는 거리

훗날 프로이트는 이 얘기를 빌려
사람 사이의 일을 설명했다.
너무 가까우면 다치고
너무 멀면 외로워지는 것이
사람의 오래된 숙제

오래도록
가까울수록 좋은 사랑이라 믿었다.
모든 것을 나누고
하나처럼 붙어 있어야 진심이다.

그래서 숨이 막힐 때에도
한 걸음 물러서는 일이
사랑을 거두는 일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는 식은 마음이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의 바람이 지나갈 자리를
비워 두는 일

각자 방에 불을 켜 두고도
같은 밤하늘 아래 있을 수 있다는 것

오늘은 한 걸음 물러난 자리에서
그 사람의 안부를 가만히 떠올려 본다.
멀어져도 따뜻할 수 있는
우리만의 거리를 생각하며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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