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말과 곧은 말, 두 개의 활

by은파랑

전라도 말은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흘러나온다.
"~잉", "~부러", "~당께"
끝을 코로 살짝 눌러 맺는다.

끝맺음 때문에
같은 말도 정이 묻어 들린다.

경상도 말은
낱말 하나에도 이미 높낮이가 정해져 있다.
소리는 짧게 끊기고
뼈대만 남아 곧장 날아간다.

두 말은 처음부터
다른 활을 들고 있었다.

전라도의 활은
화살을 곧장 쏘지 않는다.
한 바퀴 휘감아
웃음 속에 날을 숨겨 보낸다.

"아이고, 저 양반 참말로 잘났네 잉"
그 말을 듣고도
한참 지나서야 찔린 걸 안다.

경상도의 활은
휘어짐 없이 정면으로 날아간다.
"됐다", "치아라"
한마디로 활시위를 놓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미 꽂혀 있다.

전라도 욕은 에둘러 가며 웃기고
경상도 욕은 곧장 가며 끊는다.

하나는 말속에 웃음을 심어 찌르고
하나는 말에서 군더더기부터 먼저 쳐낸다.

사람들은 오래도록
다른 두 활을 두고
어느 쪽이 더 세냐고 겨루었다.

억양이 다르다는 것은
살아온 땅이 달랐다는 뜻이었고
살아온 땅이 다르다는 것은
때로 마음의 거리로도 번졌다.

말이 서로를 가르는 선이 되기도 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활을 쏘는 법이 다를 뿐
둘 다 결국은
마음을 멀리, 정확히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두 지역 말을 가진 사람들 곁에서
웃음에 베이기도 하고
직선에 찔리기도 했다.

베인 자리도, 찔린 자리도
돌아보면 전부
정이 지나간 흔적이었다.

굽은 말도 곧은 말도
결국은 같은 과녁을 향해
서로 다른 활을 당긴 것이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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