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은 강원도를 둘로 갈라놓았다.
산의 동쪽은 영동, 서쪽은 영서라 불렸다.
같은 도 안에서도
말은 산을 넘지 못해 서로 달라졌다.
산으로 겹겹이 막힌 마을에서
사람들은 멀리까지 소리가 닿아야 했다.
그래서 이 땅의 말에는
억양이 세게 얹혔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억양은 억센데
막상 들어보면 별 얘기 아니다.
소리는 산을 넘으려 커졌지만
마음은 그만큼 커지지 않았다.
겉으로 센 것과
속으로 품은 것은
이 산골에서 오래전부터 다른 말이었다.
강원도의 말끝은 길게 늘어진다.
"~잖소", "~드래요"
화가 나도
말은 급하게 끝나지 않는다.
눈이 쌓이듯, 말도 천천히 쌓인다.
다른 곳의 분노가
한 번의 천둥처럼 터질 때
이 산골 분노는
겨우내 조용히 쌓이는 눈처럼
소리 없이 무게를 더해갔다.
눈은 소리 내어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쌓이고 쌓이면
가장 무거운 것이 된다.
산골 사람들은
화를 밖으로 퍼붓는 대신
안에다 차곡차곡 쌓아두는 법을 익혔다.
봄이 와 눈이 녹을 때에야
밑에 있던 것들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 참았던 말을
눈 녹듯 천천히 꺼낸 적이 있다.
그제야 알았다.
조용하다고 해서
없는 마음이 아니었다.
산이 소리를 삼키는 것이 아니라
산 아랫사람들이
소리 대신 시간을 택했을 뿐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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